. 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B씨는 판매실적을 높이기 위해 모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계약을 모집하면서 보험계약자가 종신보험을 은행의 저축상품 또는 노후대비 목적의 연금보험 상품으로 오인하도록 보험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려 36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한 불완전판매, 부당 승환계약(보험 갈아타기) 체결은 물론 보험사기에 직접 가담하는 설계사까지 늘어나면서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의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보험 범죄에 대한 관대한 사회 문화가 설계사들의 일탈을 부추긴다며 강력한 법 집행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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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가 승환계약(보험 갈아타기)으로 인한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해 준비 중인 ‘보험계약 비교 시스템’ 역시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승환계약은 기존 계약을 해지한 후 6개월 이내 신계약을 체결하거나 신계약을 체결하고 6개월 내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다. 승환계약은 주로 설계사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새로운 직장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발생한다. 가입한지 오래된 보험에 대해 ‘보험 재설계’, ‘보험 리모델링’ 등의 명목으로 권유하는 경우도 많다. 기존에 납입한 보험료가 무용지물이 돼 이런 승환계약은 고객에게 불리하다.
이에 손보협회는 한국신용정보원에 집적된 보험계약 정보를 활용해 보험계약을 비교·안내하는 시스템을 구축, 조만간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고객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사가 고객의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 신규 계약과 유사한 상품에 가입했는지 조회하는 시스템이다. 6개월 내 소멸한 계약도 확인 대상이다. 유사 상품 가입이 조회되면 보험사는 새 보험 상품과 기존 상품의 내용을 비교한 ‘비교안내확인서’를 고객에게 배부한다.
하지만 이미 승환계약에 대한 비교설명 의무가 있음에도 모집채널에서의 승환계약에 대한 설명 의무 위반 사례가 빈번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보험 범죄에 관대하다 보니 보험 구조를 잘 아는 설계사들이 보험사기, 부당 영업 등에 쉽게 노출된다”며 “부정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직이 잦은 설계사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강제성이 없어 있으나 마나한 제도보다는 잦은 이직을 막을 수 있는 차원의 설계사 수수료 체계 개편, 승환계약 기준(6개월) 강화 등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보험계약 비교 시스템=고객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사가 고객의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 신용정보원에 신규 계약과 유사한 상품에 가입했는지, 이전 6개월 내 소멸한 계약이 있는지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유사 상품이 있는 경우 새 보험 상품과 기존 상품의 내용을 비교한 ‘비교안내확인서’를 고객에게 배부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