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부동산 시장의 데자뷔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 등록 2019-12-24 오전 5:00:25

    수정 2020-01-14 오후 2:33:16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명사의 서가 -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장 인터뷰
처음 겪는 상황인데도 과거 언젠가 겪었던 것과 같은 느낌을 프랑스어로 ‘데자뷔’라고 한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도 새롭긴 한데, 완전히 새롭다기보다는 과거 언젠가 겪었던 듯한 느낌을 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이 그랬다. 당시 글로벌 경제상황과 국내 부동산 규제강화 조치는 지금 상황과 상당히 유사했다.

2007년의 미국은 오랫동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부동산 버블을 키우면서 경기침체 예고 징후로 거론돼 왔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그러다 서브프라임 부실사태가 발생했고, 그 파장이 미국을 넘어 유럽 금융시장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2008년 9월에는 리먼 브라더스 부도를 계기로 전 세계의 주식·부동산 시장이 폭락했다.

지금의 글로벌 경제상황도 그 때처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내년에는 성장세 둔화 정도가 아니라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1차 무역협상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일시적인 휴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언제든 합의가 깨지면서 무역분쟁이 심화될 수 있다.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수를 획득하면서 브렉시트는 새로운 동력을 얻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미국의 장단기 금리는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미국 연준은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인하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도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유럽의 한 투자은행은 글로벌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장기 가치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보수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미 올해 런던, 뉴욕, 시드니, 밴쿠버 등의 부동산 가격은 소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의 부동산 투자자들은 12월 총선 이전부터 보수당의 승리와 브렉시트 진행에 대비하여 부동산 펀드에 투자했던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 투자는 장기투자이고, 위험이 닥친 순간 부동산이 현금자동지급기(ATM)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규제강화 조치도 2006∼2007년을 연상시킨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2006년에 총부채 상환비율(DTI)을 도입했는데, 2018년에는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을 도입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에 도입했다가 2012년 말부터 5년간 유예했지만 2018년에 다시 도입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는 2006년과 마찬가지로 2018년에도 이루어졌다. 2007년에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는 2019년 다시 등장했다. 2006년에 강화됐던 보유세는 2018년부터 강화 폭이 더 커지고 있다. 2007년과 마찬가지로 2018년에도 양도세 강화 조치가 취해졌다. 이처럼 10여 년 전에도 금융규제 강화를 통한 대출 억제, 재건축 규제 강화,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등을 통해 서울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고자 했건만 2008년 초까지는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8년 4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하던 서울 부동산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엄습하면서 급격하게 떨어졌다. 2013년 초에 가서야 바닥을 치고 올해까지 6년간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은 무한히 상승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승과 하락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시장이다. 결국 부동산 가격은 장기 평균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다. 서울 부동산 가격은 지난 6년간 상승했지만 그 이전에는 4년 반가량 하락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전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개입은 시장의 왜곡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문재인정부에서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올해 12월까지만 헤아려도 18번째다. 글로벌 경제와 국내 부동산 시장이 무관한 것도 아니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고 2020년에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걱정하고 있다. 내년에는 일본과 영국, 미국은 물론 한국 경제도 침체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로 평가받는 하워드 막스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서 진행된 투자는 결국 보호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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