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경제문제 과잉 이념화로 장기 침체 단초 제공"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신년 인터뷰
"경제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정권이 온전하겠나" 질타
"장기침체 벗어나려면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혁신해야"
"중산층 세부담 경감하고 최저임금 동결 등 타협 필요"
  • 등록 2020-01-01 오전 6:00:00

    수정 2020-01-0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는 시기에 고(高) 부담 체제를 끌고 가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뿐입니다. 중산층에 대한 과도한 세 부담을 재고하고,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임시조치를 도입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동결과 노조의 과도한 노동쟁의 중단을 정치적 타협을 통해 이끌어 내야 할 것입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남은 2년 반 동안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통해 눈앞에 닥쳐온 장기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각국이 앞다퉈 무역장벽을 강화하면서 오랫동안 유지돼 온 국제 분업체제가 해체될 위기를 맞는 등 글로벌 밸류체인이 약화한 만큼, 제조업 중심인 산업구조를 혁신해 미래산업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이사장은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진데다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전체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국가 산업 구조의 중심을 혁신형 미래산업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그런 점에서 인공지능(AI)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은 높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뭔가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전과는 아주 다르다. 균형을 추구하는 시장경제를 도외시하고 노동과 자본, 가계와 기업을 대립관계로 인식한 탓에 노동, 가계에 과도한 정책 쏠림현상을 보여왔다. 더욱이 인본주의적 경제관을 앞세워 사회적 약자, 사회적 실패자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노동의 한계생산성, 자본의 한계효율을 급격히 저하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정책의 영역을 경제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경제부문을 침체시켰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장기침체의 조건을 성숙시켰다.

특히 정부 부문의 과도한 팽창은 민간부문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급속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 등 과격한 진보 정책은 경제 생태계 전반에 걸쳐 침하현상을 가져왔다. 시장은 강한 스트레스 속에서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이며 침체를 가속했다.

- 기본적으로 경제정책 방향이 틀렸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경제 문제를 과잉이념화하고 과잉정치화한 게 가장 큰 잘못이다. 경제문제를 촛불정국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 것이다. 우리 경제가 오랜 정체기에서 침체기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상황 인식 부재로 상처 난 데 소금 뿌리듯 반(反) 시장 진보정책을 쏟아냈다. 경제침체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침체를 장기화 하는 단초를 정부가 제공한 것이다. 더욱이 진보는 혁신을 대변해야 함에도 혁신보다 그동안의 축적, 궤적을 새로운 창조 없이 파괴하는 데만 몰두하다 보니 경제체제를 혼란에 빠지게 하고 기업가정신, 근로정신의 동반 쇠락을 가져왔다.

-가장 잘못한 정책이 무엇이라고 보나

△무엇보다도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는 시에 과도한 고부담 체제를 끌고 가는 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특히 중산층에 대한 과도한 세 부담은 재고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를 응징적으로 일시에 대폭 증가시키면 부작용만 크다. 세 부담이 가격에 전가되어 부동산 가격만 올리는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1세대 1주택에 대한 과도한 보유세 증가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의료보험료라든지 각종 사회보장 분담금도 1년 정도 경감시켜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업들도 경영환경에 대한 불만이 많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규제가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믿기 어려울 정도다.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정권이 온전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지난 2년 반을 곱씹어보기 바란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탄력 폭을 대폭 확대하고, 최저임금 동결과 노조의 과도한 노동쟁의 중단을 정치적으로 타협할 필요가 있다. 신규 투자나 고용 증가 시 법인세 부담을 대폭 줄여주는 임시조치가 필요하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보다 ‘혁신’이 필요하다. 글로벌 밸류체인은 한동안 잘 유지돼 왔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글로벌 밸류체인 내부관계에 급격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성장이 정체 상태였던 한국이 밀려나고 있다. 더구나 미·중 무역전쟁이 예상외로 격해지고 장기화함에 따라 세계 제조업 공급체제가 흔들리고, 글로벌 밸류체인이 동요해 제조업 전체가 위축됐다. 독일, 일본, 한국, 중국 등 제조업 강국들의 경제가 침체를 맞이한 이유다.

이제 한국은 변화의 분수령을 지나고 있다. 장기 포석 아래 혁신형 미래산업으로 산업구조의 중심을 이동해 나가야 한다. 이제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은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이 불가피하므로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아세안(ASEAN)과의 산업협력이 중요할 때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과 자본, 가계와 기업의 이분법적 경쟁관계에만 주목할 때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국정 방향을 완전히 틀어야 한다.

-대북 문제만큼은 현 정부가 자신하고 있지 않나. 대북 관계를 평가한다면.

△사실 정부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이 바로 북한문제일 것이다.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정부는 김 위원장이 배포가 크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아 굴욕외교를 자초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생존방정식은 오로지 핵밖에 없다. 북한은 미국과는 거래를 통해 체제안정을 꾀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방패막이로 삼으면서 일본으로부터는 자금을 확보해 경제발전을 꾀하려고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가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남북협력은 북미협상의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다. 또한 남한과 북한의 접점은 ‘동질성’ 하나뿐이다. 한국정부가 직접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실수다. 이제 다시 국제사회와 공조해야 한다.

이제 비핵화 문제는 돌고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지, 누구를 믿을 것인지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핵 균형 문제를 이제부터 적극 논의할 단계라는 게 중론이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1948년 충남 당진 출생 △1971년 고려대 상학과 졸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1983년 위스콘신대학교 경영학 석사 △1998년 IMF 외채협상 수석대표 △1998년 재정경제부 차관 △1999년 산업자원부 장관 △2000~2005년 서울대, 중국 베이징대, 런민대 초빙교수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13년 중국 사회과학원 정책고문 △2007년~ 니어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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