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1위 제품’ 증설 릴레이… 불황 속 ‘뚝심투자’ 정면돌파

[미래 향해 뛰는 기업들]④롯데케미칼
울산공장, MeX 최근 증설 마치고 상업가동 돌입
‘압도적 1위’ PIA도 증설, 이달 중순부터 ‘시동’
합작사 통한 원료안정화, 수직계열화 투자 ‘적극’
  • 등록 2020-01-07 오전 5:00:00

    수정 2020-01-07 오전 5:00:00

롯데케미칼이 최근 증설을 완료하고 울산공장 메타자일렌(MeX) 설비가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사진 속 높은 타워형 설비가 MeX 생산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컬럼’. (사진=김정유 기자)
[울산=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얽히고설킨 배관 사이로 50m 높이의 거대한 타워형 설비들이 곳곳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원료인 혼합자일렌(MX)에서 끊는 점 차이로 고순도의 메타자일렌(MeX)를 뽑아내는 핵심설비 ‘컬럼’(Column)이다. 컬럼 사이사이에는 ‘리액터’(Reactor·반응기)라고 불리는 둥근 탱크 모양의 설비들도 자리잡고 있어 규모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했다. 울산석유화학단지내 약 42만㎡(약 13만평) 부지에 자리한 롯데케미칼(011170) 울산공장의 모습이다.

MeX·PIA 동시 증설, 올해 본격 가동 돌입

지난달 30일 ‘경자년’ 새해를 목전에 두고 방문한 롯데케미칼 울산 1공장은 최근 상업가동에 돌입한 MeX 설비로 인해 활기가 가득했다. 2공장에선 페트(PET)병이나 도료 등에 사용되는 고순도이소프탈산(PIA)를 생산하는 설비도 추가로 증설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심경필 롯데케미칼 사무지원팀 리더는 “현재 석유화학 시황이 좋지 않지만 시장의 가능성과 장기적 안목을 통해 지속적으로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투자를 통해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에 기여한다는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상업가동에 들어간 컬럼을 통해 뽑아내는 MeX는 PIA의 원료가 되는 제품이다. 액체형인 MeX는 1공장에서 만들어진 후 배관을 통해 2공장의 PIA 제조설비로 투입된다. 증설 중인 PIA 설비는 현재 공정율 90% 수준으로, 이달 중순께부터 증설을 마무리하고 상업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초기 원료와 후속공정 원료 관련 설비를 동시에 증설하면서 생산체계의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MeX, PIA는 모두 롯데케미칼이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유화제품이다. MeX는 이번 증설(20만t)로 연간 생산능력 36만t을 기록, 2위 일본업체와 격차를 대폭 벌렸고 전 세계 7개사만 생산하는 PIA 역시 증설(38만t)을 마치면 생산능력이 연간 84만t까지 확대돼 부동의 1위로 자리 잡게 된다. 글로벌 유화시장에서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제치고 1위 제품을 내는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위해 롯데케미칼은 MeX 증설에 1250억원을, PIA 증설에 500억원을 쏟아부었다.

현재 막바지 배관 작업이 한창인 PIA 설비는 ‘전환’이 가능한 설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설비는 합성섬유,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되는 고순도테레프탈산(PTA)도 함께 생산할 수 있다. 업황에 따라 PIA, PTA를 유연하게 전환해가며 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허태우 롯데케미칼 기술공정팀 책임은 “최근 중국 등의 영향으로 PTA 시황이 나빠지면서 PIA와 PTA를 언제든 전환해 생산할 수 있는 설비로 만들었다”며 “페트병 등에 안정제로 쓰이는 PIA는 비교적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울산공장에서 다양한 석유화학 설비를 제어하는 컨트롤룸. 근로자들이 컨트롤룸에서 설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불황에도 동시다발 투자, 합작사 통한 원료 수급 안정화도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전 세계 유화제품 수요가 부진하면서 국내 유화업체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롯데케미칼 역시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울산과 여수, 대산공장에서 동시다발적 투자를 하고 있다. 올 2분기 여수 계면활성제(EOA) 증설 완료를 시작으로 내년엔 대산 에틸렌·프로필렌 증설, 오는 2022년·2023년엔 GS에너지와 합작을 통한 피스페놀A, 페놀, 아세톤 등의 증설까지 줄지어 진행 중이다. 심경필 리더는 “적기에 투자하지 않으면 향후 호황기 도래시 따라가기 힘들다”며 “롯데케미칼은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투자한다는 방침으로 올해, 내년에도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이 같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유화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꾀하고 있다. 복잡한 공정을 단순화하고, 부대시설을 공유해 투자비, 물류비, 인건비 등을 절감하는 한편, 범용 제품과 고부가 제품을 아우르는 유화산업 경쟁력을 꾀하고 있다. 타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가져가는 것도 롯데케미칼의 핵심 경영전략 중 하나다.

2014년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한 현대케미칼을 통해 MeX의 원료인 MX를 60% 이상 들여오며 원료 수급을 안정화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경영전략은 최근 불황에 빠진 유화시장에서 롯데케미칼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허태우 책임은 “합작사를 통한 안정적인 원료 수급은 공장 운영에 있어 계획적인 예측이 가능해 효율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좋다”고 말했다. 심경필 리더 역시 “과거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원료(MX)와 스팟성(단기적) 원료 구매 비중이 20%대였는데 합작사 출범 이후 모두 0%로 줄였다”며 “대신 국내 원료 도입 비중이 60%대까지 늘어나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7월에도 GS에너지와 함께 여수에 8000억원을 투자하는 합작사 설립을 공식화한 바 있다. 플라스틱 등에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PC)에 대한 안정적인 원료 확보와 기존 C4 유분 사업 확대 차원이다. 롯데케미칼은 이 같은 다각적인 투자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매출 50조원, 글로벌 7위 화학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2030’를 선포한 바 있다.

유화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올해 롯데첨단소재와 합병하며 기초 유화제품과 첨단소재간 시너지도 가속화할 것”이라며 “불황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가되, 비핵심자산에 대해선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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