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만난 한 농협금융 직원의 말이다.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후 최초로 3연임(1+1+1년)에 성공했던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새 임기를 시작한 지 만 2개월 만에 사임하면서 금융권에선 뒷얘기가 무성하다. 농협금융 측은 지난달 4일 취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인사권을 존중해 이 행장이 용퇴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행장뿐 아니라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소성모 농협상호금융 대표, 김원석 농업경제 대표, 박규희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 농협중앙회 계열사 경영진 7명이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중앙회장이 새로 취임하면 농협 계열사의 임원들이 사의를 표명해 왔다는 점에서 일종의 관례로 볼 수 있다.
이대훈 행장, 연임 2개월 만에 물러나
애초부터 이 행장의 3연임이 가능했던 배경이 신임 중앙회장 취임에 대비한 조치였다는 해석도 있다. 새로운 신임 행장을 선임했다면 농협중앙회장 선거 이후 바꾸기가 더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해 연임을 결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행 이유로…흔들리는 금융계열사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이 행장의 퇴진은 아쉬운 면이 있다. 이 행장은 취임 후 1년 만에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을 1조원대로 끌어올리고,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때문에 이 행장의 3연임이 결정됐을 당시만 해도 농협금융에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농협이라는 우산 아래에서는 금융계열사 CEO도 중앙회장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기 때문이다. 안정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금융사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신경분리(금융 부문인 신용 사업과 유통 등의 경제 사업 분리)로 떨어져 나왔다. 표면적으로 농협은행장 선임은 농협금융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경영승계절차를 밟아 최종 후보자를 가린 뒤 농협은행 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농협은행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한다. 절차상으론 인사에 중앙회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금융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선거 결과에 휘둘리게 하기 보다는 독립성을 지켜주는 게 농협금융의 경쟁력을 지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