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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문재인]지금은 써야할 때…文 발언에 긴장한 채권시장

“더 과감한 재정 역할 필요” 단호한 文대통령
수십조 정부부채 예고…국채 발행 수순, 금리↑
韓銀 역할 커질듯…QE 남발 이미지는 피해야
  • 등록 2020-06-01 오전 5:00:00

    수정 2020-06-01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벌써 전세계가 너나 할 것 없이 재정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1, 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해주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 5월 25일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다는 데는 공감합니다. 재정 당국은 지금 건전성에 보수적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 하지만 다시 성장이 회복되어야 세수가 늘고,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됩니다.” (문 대통령, 5월 28일 여야 원내대표 오찬회동 중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재정 건전성 관련 질문에 답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재정전략과 2020∼2024년 재정운용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중 주목할 것은 ‘재정 건전성’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에서 더 과감한 재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이 특히 중요하다는 취지입니다.

확장 재정 정책이 재정 건전성을 헤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키는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28일 문 대통령이 21대 국회 여야 원내대표와 첫 회동한 자리에서 한 발언에서 알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28일 당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자 “다시 성장이 회복돼야 세수가 늘고,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과감한 재정이 단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저해할지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반대라는 설명입니다.

재정 건전성은 보통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로 계산됩니다. 분모가 GDP, 분자가 정부부채인 셈이죠, 분자인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그로 인해 분모인 GDP가 늘어난다면 결국 재정 건전성은 양호해진다는 논리입니다.

재정 건전성, 기준이 딱히 없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재정 건전성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재정 건전성은 마땅히 어느 수준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국제적으로도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재정 건전성 기준이 등장하는 사례를 찾을 수 있는 것은 1990년대 초 발효된 ‘마스트리히트 조약’ 정도입니다. 유럽공동체(EC)가 유럽연합(EU)을 설립하기 위해 EC 정상회의에서 합의본 내용으로, EU 가입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재정적자 비율을 3% 이하로 유지하라고 한 조약입니다. 60%가 도출된 논리는 당시 가입국들의 국가채무비율이 평균 60% 정도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가부채가 당시 수준 이상 늘어나는 것을 경계한 거죠.

아무튼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한국의 경우에도 유일한 구제기준인 60% 정도까지는 여유가 있다는 기류가 정부 여당 사이에 흐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채권시장, 때아닌 긴장모드

채권시장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정부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 결국 국채를 찍어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당장 3차 추가경정예산이 30조원을 넘을 수 있는데, 새로 찍어내는 국채도 수십조원에 달하게 되고 이는 시중금리를 높이게 된다는 거죠.

최근 경제 타격을 우려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0%로 낮춰 놓았는데, 오히려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겁니다. 저금리로 유도하고자 했던 투자·소비가 생각만큼 촉진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요인이죠.

벌써 비슷한 분위기가 시장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3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전거래일인 29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는 각각 0.826%, 1.374%에 마감했습니다. 전날 대비 0.8bp(1bp=0.01%포인트), 3.1bp씩 상승한(가격 하락) 수치입니다. 전날인 28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채권 금리가 하락했는데, 확장재정 부담에 하루 만에 반등한 겁니다.

물론 시중 금리가 너무 튀어오른다 싶으면 한은이 채권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식으로 대응하겠지만 이 같은 정책도 아주 적극적으로 펴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화가 시중에 대거 풀린다는 뜻이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은 금통위원들이 사실상 양적완화(QE)를 할 준비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QE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료=마켓포인트


*주: 대통령의 일정은 정교하고 치밀하게(정치하게) 계획됩니다. 대통령의 발언뿐 아니라 동선 하나하나가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의 시간은 유한하니까. 만일 대통령이 어딘가를 간다면, 어떤 것을 언급한다면, 꼭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은 통계로 확인되지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발자취를 찬찬히 따라가 보면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자화상이 나타납니다. 그 그림을 ‘한땀한땀’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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