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갤러리] 공허한 남자 허무한 여자…윤지하 '두 개의 밤'

2019년 작
세속을 배경으로 삶·존재의 무상을 그려
반듯한 사물과 대비해 일그러뜨린 인물
한지 스민 먹번짐에 포인트컬러로 반전
  • 등록 2020-07-09 오전 4:05:00

    수정 2020-07-09 오전 4:05:00

윤지하 ‘두 개의 밤’(사진=갤러리도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느 레스토랑인지 분위기가 남다르다. 창가엔 달빛 머금은 연한 어둠이 밀려들고 은은한 실내공기는 천장조명이 맡았다. 주인공은 단연 두 남녀. 와인잔을 놓고 밀어를 속삭이는 장면이 흑백필름처럼 드라마틱하다. 그런데 정작 남녀 주연의 형체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의자와 테이블, 술병과 술잔까지 알아보겠는데 말이다.

작가 윤지하는 삶과 존재의 무상을, 세속을 배경으로 그려낸다. 번진듯 흐트러진 형체를, 엉킨듯 던져놓는데. 그 틈새서 피어나는 공허와 허무는 작가를 따라다니는 화두다. “인간은 늘 삶의 의미와 목적을 묻지만 그 어떤 대답도 못 얻어내지 않았느냐”는 거다. 파고들수록 심연에 빠질 뿐이라고. 그럼에도 화면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인다. 얼굴·동작이 일그러진 두 남녀와 달리 아주 반듯하다.

결국 작가는 세상의 양면을 말하려 했나 보다. 허무라는 것도 ‘자유’일 뿐이라고. “무가치하고 무의미해서 허전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이 텅 비었기에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라고. ‘두 개의 밤’(Two Night·2019) 속에서 속삭이던 당신과 나의 대화주제라고 할까. 한지에 스미게 한 먹이 절반을 했다. 포인트컬러는 와인색 하나다. 와인에게 돌려준 진짜 와인색.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도스서 여는 개인전 ‘허무의 페르소나’에서 볼 수 있다. 2020 하반기 갤러리도스 기획공모 선정작가전 ‘흐름의 틈’에서 첫 주자로 나선다. 장지에 먹·분채·콩테. 136×134㎝. 작가 소장. 갤러리도스 제공.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