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노쇼 ‘남양유업’ 1심서 완패…정의구현 VS 끝까지 간다

[위클리 M&A]
법원 "남양유업, 한앤코에 계약 이행"
1년 넘게 이어진 법적 공방서 완패
홍 회장 "이대로 못 끝내" 항소 의지
스모킹건 없다면 같은 결론 관측 속
정신·물질적 피해보상 가능성 솔솔
  • 등록 2022-09-24 오전 10:30:00

    수정 2022-09-24 오전 10:3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1년 넘게 이어진 사상 초유의 M&A(인수합병) 노쇼(계약 불이행) 법적 공방이 싱거운 결론을 맺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매각하기로 했던 사실을 뒤집어 법적 공방으로 치달은 남양유업(003920) 얘기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6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홍 회장 측이 한앤코와 맺은 M&A 계약대로 비용을 받고 주식을 넘길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계약 해제사유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남양유업 M&A 노쇼 사태는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부터 이어진 불매 운동에다 ‘불가리스 사태’까지 더해지며 진퇴양난에 빠진 홍 회장 측은 한앤코에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37만8938주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홍 회장은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는 한편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석상에서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던 같은 해 9월 홍 회장 측은 돌연 한앤코와 맺은 M&A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1심에서만 1년 넘는 법적 공방을 벌였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약속한 조건 이행이나 예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매각을 이행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계약 과정에서 양측을 모두 대리한 것도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홍 회장 측이 제기한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상 한앤코 완승으로 끝난 이번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양유업과 같은 사례를 겪은 PEF 운용사들에게 하나의 이정표로 남았기 때문이다.

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유사 사례를 겪더라도 장기간 법적 공방에서 오는 피로함과 추가 비용 지출 부담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명백한 계약을 위반한 M&A 노쇼에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여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일각에서는 끝이 아닌 지리한 장기전의 첫 페이지를 이제 막 넘겼다는 평가도 있다. 홍 회장 측이 즉시 항소할 계획을 밝히면서 추가 공방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예견된 상황이다 보니 놀랄 일도 아니지만,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가야 한다는 점은 한앤코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항소심 결과에 대한 예상이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앞선 정황을 봤을 때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다’는 평도 나오지만, 항소심이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결국 항소심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남양유업이 판세를 뒤집을 ‘스모킹건’을 들고 나온다면 반전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항소심에 가서까지 숨겨왔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결국 항소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받아든다면 입지가 더 쪼그라들 가능성도 있다. 과정을 걷어내고 결론만 보면 ‘법리 비용은 비용대로 다 내고 앞서 체결한 계약을 이행해야 할 처지’에 내몰릴 수 있는 셈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멘붕에 빠졌던 한앤코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을 디딤돌 삼아 그동안 피해 받은 정신적·물질적 피해 보상 청구까지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마저도 법정에서 관철될 경우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혹을 떼려다 되려 혹을 붙이는 결론까지 갈 수도 있다.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 보니 끝장을 보겠다는 남양유업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M&A 노쇼 선언에 대한 수업료 치고는 너무 비싸고 또 너무 길어 보인다. 혹자들이 ‘답정너’라고 하는 항소심은 아직 시작도 안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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