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빠진 베트남 MZ..주말마다 광장서 댄스 배틀

<한-베트남 수교 30주년 특별기획>
'K팝 수식어' 달면 음원차트 장악
가수 영주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 데뷔
  • 등록 2022-11-09 오전 6:15:00

    수정 2022-11-09 오전 6:15:00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내 지난날들은 눈 뜨면 잊는 꿈♪ Hype boy 너만 원해!”(뉴진스 ‘하입 보이’ 中)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중심부인 호안끼엠 광장. 주말마다 이곳에서는 무작위로 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K팝 랜덤 댄스’가 성황이다. 최고 인기곡은 뉴진스의 ‘하입 보이’다. 뉴진스 멤버 하니가 베트남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광장에 운집한 수백 명의 사람들은 마치 뉴진스 제6의 멤버가 된 것처럼 ‘하입 보이’를 온몸으로 즐긴다. 정확한 한국어 발음은 물론이고 안무도 척척 해낸다.

K팝 랜덤 댄스 이벤트 현장(사진=주베트남한국문화원)
K팝 소비 전 세계 8위… K팝에 푹 빠진 베트남

베트남이 ‘K팝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베트남은 전 세계 K팝 소비 국가 중 8위에 오를 정도로 K팝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높다. 베트남 음원차트에서 K팝 가수가 1위를 하는 건 이제 흔한 풍경이다. 최근엔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스트릿 맨 파이터’가 현지에서 인기몰이하면서 K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베트남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부터 우아!, 템페스트에 이르기까지 ‘K팝’이란 수식어만 붙으면 모두 고른 인기를 얻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K팝 가수들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2022년 10월 기준 베트남 인구는 1억명에 육박한다. 평균 연령대는 32.5세다. 음악 콘텐츠의 주 소비층인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가 베트남 전체 인구의 약 47.2%로 절반에 가깝다. 베트남 유니버설뮤직에 따르면 저작권이 있는 음악을 듣거나 VIP 계정을 등록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30~40%에 달한다. K팝 수요가 충분하고 소비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향후 K팝의 주요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가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수익모델 구축이 어렵다는 한계점도 있다. 베트남의 소득수준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베트남 직장인의 평균 월급은 5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공연 티켓(10만원 내외)과 굿즈(개당 3만~5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로 남는다. 홍정용 한국콘텐츠진흥원 베트남 비즈니스센터장은 “현재 K팝 가수들의 베트남 공연은 한국이 주최하는 무료 공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베트남 내에서 유료공연을 통해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올해 4월 베트남에 데뷔한 가수 영주(사진=YJ엔터테인먼트)
“K팝에 베트남 담아야”… 현지화 전략이 ‘성공열쇠’

그동안 한국 가수들과 국내 엔터기업들은 베트남 시장을 다각도로 공략해왔다. 대표적인 가수는 진주와 하리원이다. 이들은 현지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입지를 다졌다. 한국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사례도 있었다. 김범수의 ‘보고 싶다’, 숀의 ‘웨이 백 홈’ 등이 현지에서 리메이크돼 발표됐다. 마마무 소속사 RBW는 2016년 베트남 지사를 설립, K팝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2020년 베트남 5인조 보이그룹 다이버스를 론칭하며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베트남 정부가 국경을 폐쇄하면서 교류도 중단됐다. 현지에서 활동했던 한국 가수들은 더 이상 활동이 어려워 귀국해야 했고 RBW도 베트남 시장에서 결국 철수했다.

하지만 베트남 내 K팝 열풍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뜨거워졌다. 국경은 닫혔지만 온라인을 통해 K팝 소비가 꾸준히 이뤄졌고 템페스트 한빈, 뉴진스 하니 등 베트남 출신 멤버가 속한 아이돌이 연이어 데뷔하면서 K팝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 또 베트남 온라인 쇼핑회사가 K팝 콘서트 중계권을 구매해 스트리밍 하는 등 K팝 콘텐츠 소비가 다각화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 베트남 내 음악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향후 저작권을 보호받으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올해 4월 베트남에 데뷔한 가수 영주(사진=YJ엔터테인먼트)
베트남 현지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베트남 음악시장 진출 시 K팝과 현지 요소를 결합한 현지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K팝과 K팝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기만 해서는 더는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 홍 센터장은 “베트남이 K팝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K팝 자체가 장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베트남을 일종의 하청기지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되고, 동등한 교류와 협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 점에서 올해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한국 가수 영주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Mnet ‘아이돌 학교’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영주는 지난 4월 베트남어로 부른 신곡을 발표하고 데뷔했다. 그동안 한국어 노래로 현지에서 활동했던 기존 한국 가수들과 달리, 영주는 철저히 베트남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영주는 20곳이 넘는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데뷔 신고식을 치를 수 있었다.

영주 소속사 YJ엔터테인먼트의 송재영 대표는 “베트남 사람들은 현지에 진출한 외국인 연예인에 대해 베트남 시장이 공략하기 쉽기 때문에 진출했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다”며 “베트남 사람들에게 진정성이 전달되고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일관되고 꾸준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고, 그 선입견이 깨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산업은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베트남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과 베트남 문화를 잘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영주가 베트남에서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한국-베트남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게 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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