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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박은별 기자] 한국 패션계의 거목 앙드레김이 12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최초`와 `최고`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판타스틱하고 우아한` 인생을 살다간 앙드레김. 하지만 그의 일상, 그의 인간다운 내면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라는 화려한 겉모습에 묻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75년 삶에서 그가 애착을 갖고 사랑했던 것들은 뭐가 있을까.
◇마음으로 낳은 하나 뿐인 `아들`
고 앙드레김에게 남겨진 유족은 아들 김중도 씨가 유일하다. 그는 생전 아들 중도 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 온 앙드레김은 1982년, 47살의 나이에 당시 생후 5개월 된 김중도 씨를 공개 입양해 부자지간의 인연을 맺었다. 그에게는 마음으로 맺은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는 한 방송을 통해 "아들이 장가가던 날 아들의 빈방을 쳐다보며 눈물을 흘린 기억이 난다"며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아들 김중도 씨는 지난 2004년 봄 앙드레 김 의상실 디자이너 유은숙 씨와 결혼, 이듬해 이란성 쌍둥이 남매를 아버지에게 선물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순수한 느낌이 좋아요`..순백색 의상
"흰 옷을 입은 지는 30년 됐어요. 화이트의 순수한 순백의 느낌이 좋아서 항상 흰 옷만 입어요. 시즌마다 30벌씩 총 120벌이 있어요."
어느 방송에서 그가 한 말이다. 앙드레김하면 순백색의 옷이 제일 먼저 떠오를 정도로 흰색 의상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지 오래다.
고 앙드레김은 투병 중에도 올 가을 패션쇼를 준비하는 등 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투병 중에도 수십여 회 국내외 패션쇼를 강행했다. 지난 3월에도 북경에서 패션쇼를 가졌고 폐렴으로 입원할 당시 금년 가을 패션쇼를 구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에 대한 열정만큼 치료를 열심히 받으셨더라면.."이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으니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는 2008년 어느 인터뷰를 통해 50여년의 패션 인생에서 국내외를 통틀어 220여번의 패션쇼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패션쇼는 인생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에 앙드레김은 자신의 패션쇼 피날레로 늘 `결혼식 장면`을 고집했다. 이는 남녀가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는 것을 인간의 가장 성스럽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보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다.
◇TV광?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
◇떡볶이.."싸고 맛있어서"
완벽한 메이크업과 순백색 의상. 언제나 우아한 모습으로 사람을 만나는 그에게 `사람냄새나는` 소탈한 모습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런데 2년 전 앙드레김이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는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앙드레김은 "싸고 맛있고 빨리나와서 좋아한다"고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유를 얘기한 바 있다.
또 어느 방송에서는 "패션쇼가 끝나 힘든 날이면 집에 전화해 `라면에 찬밥 있나요?`라고 묻는다"며 보기와는 다른 평범한 식성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8년간 정성으로 지은 `아뜰리에`
마지막 가는 길로 정해진 앙드레김의 의상실 `아뜰리에`는 고인이 생전에 흙과 돌을 손수 나르며 28년 동안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아 지은 곳이다. 지난해 완공한 경기도 기흥의 `아뜰리에`에서는 당시 완공을 기념해 `베스트 스타 어워즈`가 치러지기도 했을 정도로 앙드레김이 애착을 갖던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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