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망할 거예요"..나영석·신원호, '곰 같은 여우들'의 쇼타임

  • 등록 2015-11-06 오전 9:33:25

    수정 2015-11-06 오전 9:33:25

나영석 신원호 PD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전략이다. 사전 작업이다. 방송을 앞두고 기대치 낮추기. 기대가 낮아질리 없다. 관심은 더욱 높아지기 마련. 결국엔 ‘인기 갱신’에 성공하는 해피엔딩을 쓰더라.

이 ‘곰 같은 여우’의 주인공은 나영석과 신원호 PD다. 케이블채널 tvN의 성실한 일꾼이자 히트 메이커. 두 PD가 같은 날 프로그램 바통을 이어 받는 ‘황금 라인업’으로 시청자를 공략한다. 6일 오후 7시 50분 첫 방송되는 ‘응답하라 1988’, 이어 방송되는 ‘삼시세끼’ 어촌 편 시즌2다.

신원호 PD는 앞선 기자간담회를 통해 “망할 겁니다”란 말을 반복했다. “잘 될리 없어요” “다 망한다고 하잖아요” “영화를 봐도 세 번째 시리즈는 또 잘 안 되더라고요” 등의 얘길 반복했다. 이런 반응도 물론 엿보였지만 대부분의 여론이 ‘응답하라’ 시리즈를 기다렸다. 신 PD는 작정한 듯 그들이 조명할 1988년 시대 가족 이야기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신 PD의 모습을 지켜보며 오버랩되는 인물이 있었다. 나영석 PD다. ‘삼시세끼’를 처음 내놓았을 때 “되게 재미없는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이게 프로그램이 돼?” “이거 망하는 거 아니야?”라며 의심을 감추지 않았던 이서진의 리액션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서유기’를 선보일 때도 비슷했다. “우리끼리 놀자고 만든 프로그램이라 진짜 큰 기대를 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고 약한 모습을 보였다.

속을 리 없다. 두 PD의 저력을 알고 있다. ‘응답하라 1994’는 tvN 역대 드라마 시청률 톱2에 올라있다. ‘미생’과 함께 깨지 못할 기록으로 남아있다. 전작의 성공을 뒤집어야 꼭 속편이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청률을 떠나 ‘응답하라 1988’이 대중문화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음악의 힘, 이야기의 힘, 다양한 캐릭터로 발견될 배우들의 힘에 관심이 쏠려있다.

‘삼시세끼’ 어촌 편 시즌, ‘응답하라 1988’
실제로 신 PD는 기대치를 낮추는 노력을 반복하는 가운데 ‘가족 이야기’에 대한 진심은 강조했다. “사람들이 망할 거라고 하니 우리도 오히려 시청률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며 “그래서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그게 바로 ‘가족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응답하라 1994’에서 성나정 남편 찾기로 큰 화제가 됐던 에피소드 역시 큰 틀에서 적용할 계획이지만 그 안을 채우는 다섯 가족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응답하라 1988’의 진짜 정체성이라는 의미다. 대단한 이슈를 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이 드라마를 본 뒤 “엄마에게 전화 한 통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신 PD는 더할 나위없이 만족한다는 소신도 강하게 어필했다.

“또 대박 나겠다”는 일각의 시선을 뒤로 늘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던 나영석 PD. 그 역시 약한 소리를 하는 가운데 강조한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재미’다. 야생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포맷이든, 아무런 계획 없이 여행을 다니는 과정이든, 평균 연령 70세의 할배건 20세의 청춘이건 누구와 떠나는 여정이든 ‘재미만 추구하겠다’는 집념이 프로그램의 성공 포인트로 작용했다. 배꼽이 빠지도록 웃기는 재미, 부모와 자식 세대의 소통을 틔우는 재미, 일상과도 같은 여행을 즐기며 대리만족을 하는 재미. 그 확실한 지향점 하나가 나 PD의 콘텐츠 성공학개론을 완성한 셈이다.

tvN의 한 관계자는 이데일리 스타in에 “‘응답하라 1988’에 기대하는 건 대단한 히트보다 대단한 존재감이다”며 “오후 7시 50분 시간대에 주말 편성을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많은 시청자를 상대하겠다는 자신감 보다 의미있는 콘텐츠로 남고 싶다는 소신이 담긴 것”이라고 봤다. “신원호 PD와 나영석 PD, 그리고 그 안을 관통하는 이우정이라는 작가가 같은 날 다른 맛을 가진 콘텐츠로 시청자에게 좋은 시간을 안겨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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