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중 기자] “올 여름 엄청나게 더웠죠? 저희 집도 에어컨 돌리느라 전기를 500kwh가량 썼어요. 이쯤 되면 보통 전기요금 폭탄을 떠올리실 겁니다, 그런데 저희가 낸 전기료는 ‘0원’이에요. 5년 전부터 설치한 태양광 덕분입니다.”
노성남(72) 서울 강동구 십자성마을 전무이사는 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태양광을 설치한 52가구 중 저희 집을 포함한 7~8가구는 수년째 전기요금 ‘제로’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0원’이 가능한 것은 사용량을 넘어서는 전력을 생산하면 한국전력이 초과생산분 만큼 다음 달 요금을 깎아주기 때문이다.
노 전무는 “일조량이 풍부한 봄·가을에 전기를 많이 만들어내 전기사용량이 많은 여름과 겨울의 전기요금을 상쇄하고 있다”며 “가구당 월평균 300㎾를 생산하고 있는데 오히려 전기량이 남는 가구도 있다”고 말했다.
끈끈한 전우애로 뭉친 마을 사람들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에너지자립과 태양광발전 사업에 의기투합했다.
노 전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고 다들 많이 놀랐다”며 “마침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캠페인이 있었고, 이에 동참하는 게 애국하는 길이라는 데 뜻을 모아 에너지자립마을사업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사업승인을 받은 후 멀티탭 사용 등 절전운동으로 에너지 10% 절감 성과를 얻었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며 “2013년부터는 절약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자는 생각으로 태양광 사업을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초기 10가구로 시작해 현재 51가구(유공자 31, 일반 21)가 주택용 3㎾급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며 “이들의 에너지 자립률은 70~80%(마을 전체는 46%)에 달한다”고 밝혔다.
노 전무는 십자성마을과 같은 에너지자립마을이 전국적으로 보편화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또 “고속도로 주변 땅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효과적일 것”이라며 “도심이나 농지 등 다른 곳에 비해 일조권 문제나 땅값 보상 부담 등이 상대적으로 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전무는 “태양광 발전에 대해 비용 등 우려로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우리 손주들이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면 손익을 따지지 말고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