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으로 덕지덕지 누더기 '호봉제'…'직무급제'전환 속도 내야

저성장,고령화시대 안 맞는 제도
기업2곳 중 1곳은 아직 '연공급'
정부, 공공기관부터 직무급제 독려
도입 지지부진…기업 37%만 채택
직무급제, 노사 윈윈 대안
  • 등록 2018-12-12 오전 6:00:00

    수정 2018-12-12 오후 3:03:41

[이데일리 박철근 김소연 기자] 기본급보다 수당과 성과급이 더 많은 복잡하고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단순·효율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사업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연공급 임금체계(호봉제)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효율적인 임금체계 도입을 위해 10년 넘게 직무급제 확산에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100인 이상 사업장 기준)의 두곳 중 한곳은 호봉제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는 근로자 숙련도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복잡 다변화한 산업구조에서 직무능력을 향상할 유인을 제공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기본급 중심 임금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성과보상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임금체계가 복잡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장은 “기존의 임금체계에 대해 노사 양측 모두 한계를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직무급제로 특정하고 있지 않지만 기존의 호봉제나 연봉제와는 다른 임금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임금체계 변동표와 임금체계 사례(이미지=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임금체계 개편…직무능력향상→기업 성과 제고→근로자 소득 증가

전문가들은 호봉제를 대체할 임금체계로 직무급제를 꼽는다. 직무급제는 업무난이도와 요구되는 기술이나 지식·경험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근로를 제공해도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다른 호봉제와 달리 제공하는 근로와 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화한다는 점에서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에도 부합한다.

업무난이도와 개개인의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아직 국내 기업 가운데 직무급제를 도입한 곳은 10곳 중 4곳도 안된다. 노조 반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는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하도급과 비정규직을 선호현상도 낳는다. 호봉에 따라 높은 임금을 받는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중장년에게는 조기퇴직의 압력으로 작용해서다.

기계·장비 및 운송장비 제조업체인 H사는 지난 2014년 기존 연공급제(호봉제)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전환했다. 직무와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인건비와 인력을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각 사업부가 목표를 달성하면 사업부 단위로 직무능력급 대비 최대 300%를 동일한 비율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회사 관계자는 “직무급제 개편을 통해 직무역량 항상 및 임금의 내부 공정성을 확보했다”며 “합리적인 인건비 관리로 조직안정성 및 고용안정성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최근 직무급제와 호봉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급여체계를 개편한 지방 A병원은 기본급은 낮고 병원의 특수성을 반영한 각종 수당 등 복잡하고 불공정한 임금체계로 이직률이 높았다.

A병원은 기본급은 호봉제를 유지하는 대신 간호사 직군을 대상으로 직무수당을 신설했다. 직무의 특성을 반영하고 직무가치에 따라 수당을 차등지급할 수 있도록 개편해 장기근속의 동기부여를 확보했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완전한 직무급제는 아니지만 직무급제의 특성을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으로 근로자도 납득할 수 있는 임금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추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들은 열정과 사기, 직무능력 향상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은 효율적인 인사·조직관리로 성과를 높일 수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근로자들도 직무능력 개발 등을 통해 소득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 해외선 직무급제가 일반화

미국의 임금체계는 직무급으로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을 중시한다. 최근엔 숙련도나 역량에 따른 요소와 성과급 등 변수를 더한 형태를 사용한다. 미국 임금체계의 특성은 ‘브로드밴드’ 방식의 확산이다. 브로드밴드는 유사 직무등급을 통폐합해 직무등급 수를 줄이고 직무등급별 임금구간을 확대해 직무등급에서의 임금차등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철저하게 직무중심의 임금체계를 기반으로 하면서 환경변화에 맞춘다. 개인성과, 직무의 시장가치 변동 등에 따라 기본급 인상이 이뤄지지만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인상은 거의 없다.

독일의 전형적인 임금체계도 직무급이다. 최근에는 성과를 임금체계에 반영하는 추세다. 독일에서는 경제위기 후 노사의 신임금구조협약을 위한 합의가 시작됐다. 그결과 수십개에 달하던 직무평가 요소는 5개로 수정됐지만 여전히 밑바탕은 직무급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형 직무급이라 불리는 역할급 임금체계가 확산됐다. 역할급은 사원등급제도에 바탕을 둔다. 사원등급질서는 역할등급을 통해 확보하고, 인사고과에서 성과평가를 한다. 일본에서는 아직 평사원 경우 직능급의 비중이 크지만 역할·직무급 임금체계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영국의 기본급 구조에선 개별계약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브로드밴드는 감소하고 통합임금직무체계는 증가 추세다. 동일한 직무를 맡을 경우 임금인상을 결정하는 요인은 감독자 보직, 오랜 근로시간이 필요한 업무, 근속년수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국의 자동승급은 적용 기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연공급적 임금상승과 차이가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임금체계가 복잡한 나라는 없다”며 “지난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에는 각종 수당을 신설하는 등 급여체계를 복잡하게 만든 이유는 있지만 지금은 환경이 다르다. 임금체계를 단순화 하고 ‘호봉제’, ‘무늬만 연봉제’ 등 임금체계에 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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