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생활물가]②서민 먹거리, 최저임금 과속 인상 직격탄

장바구니 물가 오르고, 외식물가 뛰고
최근 10년간 주요 품목 생활물가 비교해보니
저가 식품·식단일수록 가격 상승폭 커…'팍팍해지는 살림살이'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격차 확대
  • 등록 2019-06-04 오전 6:30:00

    수정 2019-06-04 오전 7:54:15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유성 이윤화 기자] 치솟는 물가에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도 힘든 시대가 됐다. 김치찌개 백반에 소주 한 병만 시켜도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올 들어 4개월(1~4월) 연속 0%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 불황의 징조마저 나타나고 있지만 분식집 김밥과 라면 등 서민 먹거리 가격은 되레 치솟고 있다. 분식집 조리라면, 김밥, 김치찌개 백반 등 특히 서민들이 즐겨 먹는 식단 위주로 가격 인상폭이 컸다. 이들 식단은 인건비 비중이 특히 높은 외식업종이기도 하다.

소주와 맥주 가격도 크게 올랐다. 즉석밥 등 가공식품 가격도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말에는 무려 45개 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데일리가 최근 10년간 서울시내 외식물가와 장바구니 물가를 조사한 결과 김밥, 조리라면, 자장면 등 저가 메뉴 가격 인상 폭이 최근 커졌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소주와 즉석밥 등 저가 제품에서 가격인상이 두드러졌다. 2017년 이후 계속된 10%대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서민 음식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는 서울시가 직접 시중 음식점 식단 가격을 조사해 공개하는 물가정보 홈페이지에 근거해 최근 10년간(2010년 4월~2019년 4월) 자장면, 라면 등의 품목 가격 추이를 살펴봤다. 조사원들이 매월 등록한 가격 중 4월을 중심으로 10개를 추출했다. 이 가격에서 최고가와 최저가를 뺀 8곳의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시중 먹거리 가격 추세를 계산했다.

조사 대상은 물가정보 홈페이지에 등록된 품목 중 자장면, 조리라면(식당 조리라면), 김밥, 김치찌개백반, 치킨, 비빔밥, 삼계탕, 삼겹살, 탕수육, 짬뽕까지 총 10개 메뉴였다.

품목별로 가격 변동 추이가 달랐지만 김밥, 라면, 자장면 등 식사 메뉴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품목일수록 최근 2년간 가격 상승세가 뚜렷했다. 반면 탕수육, 삼겹살, 치킨 등 일상적인 식사 메뉴가 아니면서 1만5000원대 이상 메뉴는 가격 변동 폭이 적었다.

최저임금과 서민 요리, 식품 인상폭. (도표=김정훈 기자)
한 끼 때우는 끼니…저렴할수록 더 많이 올랐다

서울시 물가정보 홈페이지에 등록된 식당들의 김밥 평균가는 올해 4월 기준 2348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가격 인상 폭은 11.4%였다. 지난해에도 김밥 가격은 전년 대비 7.4% 올랐다.

식당에서 조리해 먹는 라면 가격의 평균가는 3438원이었다. 전년 대비 가격 인상 폭은 12.2%였다. 서울시내 김치찌개 백반 평균 가격은 올해 처음으로 6000원을 넘긴 6062.5원으로 계산됐다. 지난해 4월(5687.5원) 대비 6.6% 오른 가격이다. 비빔밥도 지난해 대비 16.7% 뛰며 올해 4월 기준 평균가가 6125원으로 조사됐다.

자장면의 서울시내 평균 가격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올해 4월 기준 평균가는 5250원으로 전년 대비 3.9% 하락했다. 다만 자장면은 2017년 11.9%, 2018년 16.5%로 2년 연속 큰 폭으로 뛴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있었던 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 비용 상승이 저렴한 음식 메뉴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임대료도 최근 가격 인상을 이끈 한 요인으로 해석했다.

반면 주문 단가가 1만원이 넘거나 저녁 안주용으로 먹는 외식 메뉴의 가격 인상 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해 말 몇몇 업체들이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논란이 됐던 치킨도 이번 조사에선 인상 폭이 크지 않았다. 서울시내 치킨 매장의 치킨 가격 인상률은 2.5%였다. 평균가는 1만5488원으로 2013년 이후 비슷한 수준이다.

식당에서 파는 삼겹살은 평균 가격이 1.1% 떨어졌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돼지고기 가격 하락과 소비자들의 주점 외면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주, 우유 등 가공식품 가격도 올라…체감 물가↑

가공식품 가격도 대체로 상승세였다. 라면처럼 기업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한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수입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식품 가격 상승세를 이끈 요인으로 분석했다.

한국소비자원 물가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 5개 유통업태를 포함한 소주 평균 가격은 올해 4월 기준 1423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12.1% 상승했다. 맥주 1캔 평균가도 5.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체 측은 “부자재 가격,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 증가로 누적된 원가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유, 즉석밥 제품 가격도 올랐다. 소매·마트 기준 우유 1ℓ 평균 가격은 2680원으로 전년 대비 15.2% 올랐다. 즉석밥인 햇반은 7.7% 오른 1652원이었다. 이 두 제품 모두 원유와 쌀 가격 상승에 따라 가격이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특히 쌀 가격은 지난 4월 11.6% 오른 것으로 발표됐다.

두부와 라면 가격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두부 가격은 전년대비 0.4% 떨어졌고, 라면 가격은 2.9% 하락했다. 라면의 경우 오뚜기가 대표 제품인 ‘진라면’의 가격을 2008년 이후 11년째 올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저가 자체 브랜드(PB) 라면이 다수 출시되며 가격이 떨어졌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피부로 가깝게 느끼는 외식·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다보니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사이 격차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 생활 물가가 치솟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격차 확대는 경제 심리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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