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올해 성과급 받을 수 있나요`…운용사 리테일의 눈물

운용업계 평가시즌…절대평가 틀에서 리테일 성과내기 난망
리테일 성과급 단절 사례도…"법인 성과급 수천만원"
리테일 기살리지 않으면 피해는 결국 투자자 몫
"공모시장 키우려면 다양한 상품 나올 환경 조성해야"
  • 등록 2019-12-05 오전 5:30:00

    수정 2019-12-05 오전 5:30:00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펀드 매니저는 `벤치마크`라는 상대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데, 펀드 영업직은 `무조건 수탁고 증가`라는 절대 기준으로 평가 받습니다. 일개 영업 사원이 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거 아닙니까. 돈이 넘치는 법인 담당과 돈이 마르는 리테일 당당 영업직의 성과 차이는 이래서 벌어지는 거죠.”

운용업계 대다수가 올해 평가 시즌에 돌입하면서 영업 부서 안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반 투자자를 위한 리테일 영업직은 저무는 반면에, 법인을 대하는 영업직은 뜨고 있다. 업계에서는 “입사 동기끼리 매해 연봉이 수백, 성과급이 수천만원씩 벌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단순히 운용사 성과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공모 상품에 대한 관심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리테일 기살리기`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모 투자가 발길이 뜸해지고, 다시 리테일 영업이 침체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돈 빠지며 사람도 빠지는 `리테일`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운용규모 상위에 있는 한 공모 자산운용사는 이달 인사에서 십여 년간 리테일 영업을 담당해온 임원을 법인 영업부로 전보발령 낼 예정이다. 해당 운용사는 “정기 인사 교류라서 보직 이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이 회사가 전보다 법인 영업에 힘을 주려는 조처”라고 해석했다.

펀드 시장의 핵심이 공모에서 법인으로 옮겨가는 현상의 연장으로 해석된다. 이달 현재 법인 시장을 이루는 일임 규모(설정 원본 기준)는 485조3000억원, 법인 자금이 포함된 사모 시장은 408조4200억원이다. 5년 전보다 일임은 59.9%(181조8800억원), 사모는 131.7%(232조1900억원) 불었다. 여기에 20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Outsourced CIO) 시장과 190조원까지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도 잠재적인 법인 영업 대상이다. 반면에 공모 펀드 규모는 252조1308억원으로 같은 기간 23.4%(4조7800억원) 성장하는데 그쳤다. 성장세나 규모 면에서 법인에 한참 밀린다.

돈이 몰리자, 인적자원도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운용사에서 리테일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이 일거나, 보직 변경이 이뤄지지 않아 다른 업종(증권 등)으로 떠나는 사례도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운용 규모 수위의 자산운용사에서 리테일 영업을 총괄하는 한 임원은 “리테일을 떠나 기관 영업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는데 관리자로서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기관 자금은 가만히 있어도 늘어나니 이 업무를 하는 직원과 리테일 담당 직원간 연봉이 수천만원 차이가 나는 사례가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규모의 운용사 마케팅 관계자는 “운용업계에 리테일 전문 인력이 귀해지면서 은행이나 보험사 등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누가 마른 냇가에서 물을 찾겠나

리테일을 떠나는 이유는 돈이 모이는 데서 성과를 내기 쉽기 때문이다. 운용사가 직원을 평가하는 주된 기준은 회사 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다. 운용사 수익 대부분은 운용 보수에서 나온다. 운용 보수는 수탁고가 클수록 늘어난다. 결국, 외부 자금을 많이 끌어온 직원이 회사 수익에 보탬이 되고, 이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는 구조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얼마나 자금을 유치했는지가 평가의 70% 안팎을 오간다.

농부(영업직)가 논(수탁고)에 물(자금)을 댈 때는 수량이 넉넉한 냇가(법인)에서 끌어오는 게 편하고, 나중에 보면 수확물(성과)도 좋은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에 최근 터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이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도 공모 영업 시장을 움츠러들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물가 상승률을 제외하면 리테일 영업 직원의 연봉이 수년째 정체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업계 상위 운용사 리테일 관리자는 “법인 영업직의 월급이 리테일보다 많은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라며 “지난해 시중 운용사 가운데 한 곳은 성과급을 법인에만 주고 리테일은 끊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장 지형이 바뀌면서 발생한 차별이므로 보완할 여지는 있다. 앞서 리테일 담당 임원은 “부서 직원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받지 않도록 평가 방식을 차등해서 법인 영업 직원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역차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운용사 리테일 영업 관계자는 “금융 산업은 어느 분야보다도 `인간관계 비즈니스`가 성과를 좌우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영역”이라며 “기계적인 해결책은 산업의 동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은 리테일…“운용사 뿌리”

사실 개인이 법인을 이기던 시절은 한참 전에 저물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투자자 중심이 법인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때 떠난 개인 투자자는 십여 년이 흘렀지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시장에 대한 실망은 대체투자 호황으로 이어졌고, 양쪽에서 발생하는 기대 수익률 차이는 이런 구도를 고착시켰다. 게다가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연기금 등 법인 자금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런 구도를 그대로 두면 결국 피해는 운용사에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사가 안정적이려면 리테일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은행계열 운용사의 관계자는 “운용사로서는 법인 자금이 한번에 수천억원씩 들어올 때는 좋지만, 언제든지 한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라며 “개개인의 소액이 모인 리테일이 기반을 다져주지 않으면 운용사의 안정성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피해는 투자자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 앞서 운용사 임원은 “리테일 역량 악화로 공모 채널이 부실해지면 공모 투자자에게 제공할 상품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며 “이런 악순환이 오기 전에 업계 전체가 고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투자자가 돌아올 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주문한다. 운용사 리테일 영업 관계자는 “지금 시장에는 세제 혜택이 부여된 상품이 마땅히 없고, 현장의 가장 큰 요구는 이런 상품을 만들라는 것”이라며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공모펀드 시장은 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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