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정책 대전환]`엄마가 행복한 도시` 세종

세종시 출산율 전국 1위 비결은
공립유치원 95%, 주민센터엔 놀이방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 0건, 안전 도시
‘서울시 반값’ 전세, 신혼 부부들 몰려
삶의 질 높이는 성공적 지방분권 결과
  • 등록 2020-01-02 오전 2:31:00

    수정 2020-01-02 오전 2:31:00

세종시와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 9월 세종시 새롬동 종합복지센터에서 ‘세종 100인의 아빠단’이 참여하는 ‘함께육아’·‘행복육아’ 운동회를 열었다. ‘세종 100인의 아빠단’은 아빠의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모임으로 세종시,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세종에는 노키즈 존(No Kids Zone) 대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답니다.”

4년 전 서울에서 세종으로 남편을 따라 이사 온 김지혜(41)씨는 세종시 출산율이 전국 1위인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세종에서 5세·7세 남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다. 연고 없는 곳에서 개구쟁이들을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김 씨는 세종에서 아이 키우는 삶에 만족스러워한다. 서울에서 느꼈던 불안 대신에 일상의 소소한 작은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유치원 61곳 중 58곳이 공립

우선 보육 불안이 없어졌다. 세종시는 관내 유치원 61곳 중 58곳(95%)이 공립 유치원이다. 이는 올해 전국 평균(31%, 국·공립 기준), 서울 평균(22%)보다 3~4배나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수립한 행복도시 계획에 따라 엄마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공립 위주로 유치원을 확충했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시설도 곳곳에 자리 잡았다. 주민센터 등 12곳에 공동육아나눔터, 도서관이 설치돼 있다. 공동육아나눔터는 장난감을 이용할 수 있고 빌려주기도 하는 실내 놀이방이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나 한여름·한겨울에 가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공동육아나눔터, 도서관은 주말에도 무료로 개방한다.

세종에 거주하는 전업주부인 박민정(38)씨는 “평소엔 곳곳에 있는 산책로·공원과 놀이터에, 미세먼지가 심할 땐 어린이 도서관과 육아나눔터에 가면 된다. 서울은 움직일수록 돈이 많이 드는데 세종은 돈 부담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오정섭 세종시 여성가족과장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인구 대비 공동육아나눔터를 전국 최다 수준으로 확충하고 있다”며 “육아 환경이 좋아서 대전, 청주, 공주 등에서 세종시로 이주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세종시 여성 인구(16만9000명, 2019년 11월 기준) 중 절반인 8만명(47.3%)이 20~40대다.

세종시에선 아빠 육아도 일반화 돼 있다. 세종시는 세종 100인의 아빠단을 구성·지원하는 등 아빠 육아를 독려 중이다. 세종 100인의 아빠단은 아빠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아빠들의 모임이다. 아빠들은 3~7세 자녀와 함께 레고 놀이, 그림 그리기, 여행가기 등 놀이·교육·건강·일상·관계 관련 5대 미션을 수행하고 노하우를 공유한다.

세종시 인구는 2012년 11만5388명에서 2019년에 34만4476명(11월말 기준)으로 7년 새 3배나 불어났다. (출처=세종시)


모임에 참여 중인 구희일씨는 “작년에 유연 근무제를 사용하면서 오후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냈다”며 “많은 육아 대디들의 경험을 보면서 반성도 하고 배우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민경(36)씨는 “세종에선 일·가정 양립, 아빠 육아를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라며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 ‘독박 육아’가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13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0건

어린이 안전사고 불안도 사라졌다.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하기 시작한 1단계 이전 시기인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세종시에서 13세 이하 어린이 교통 사망사고는 한 건도 없다. 아파트 주차장을 지하 1~2층에 설치하고 지상 주차장을 없앴기 때문이다. 주택 인근 도로는 대부분 시속 30~50km로 속도를 제한한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부근 건널목에는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했다.

최은영(38)씨는 “속도 제한, 좁은 도로 때문에 출·퇴근 때 청사 인근이 막히기는 하지만 서울에 비하면 교통사고, 지하철지옥, 주차공간·요금 부담, 출·퇴근 시간 걱정이 없다”며 “공유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곳이 많아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민)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세종시 신도심에는 심지어 여관, 모텔도 없다. 숙박 시설이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에도 행복청과, 세종시는 숙박·유흥업소 설치를 불허해왔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세종시는 교통사고, 유해 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세종시가 어린이 안전 도시인 점도 출산율이 전국 최고인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삶의 질 개선하고 지방분권으로”

주거 불안이 없는 점도 엄마들이 행복한 이유다. 세종시민 상당수는 유주택자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2015년 기준)에 따르면 세종시 전체 가구(7만5217가구) 중 4만233가구(53%)가 자가 소유 주택이다. 세종시 거주 공무원에게 부여되는 특별공급(특공) 혜택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공무원들이 많아서다.

전셋값은 서울·경기도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평균 전세가격(2019년 11월 기준)은 서울은 1억7808만원, 경기도는 1억4187만원이었다. 세종시는 절반 수준인 7782만원이었다. 신혼부부들이 세종시에선 같은 돈으로 좀 더 넓고 깨끗한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정선영(38)씨는 “세종이 아직은 학군·학원, 종합 대학·병원, 문화생활, 부동산 재테크 측면에서 서울을 따라갈 순 없지만 주거비 부담, 주거여건 격차, 주변 눈치 보기, 지방 텃새는 덜한 편”이라며 “빈부 격차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환경이다 보니 도시 전체가 비슷한 생활 여건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하나의 공동체 같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획재정부 인구경제과장은 “대전, 청주에 직장을 두고 신혼집을 세종에서 마련하는 부부들이 많다”며 “주거 안정이 보장되는 세종으로의 인구 유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인구는 2012년 11만5388명에서 올해 34만4476명(2019년 11월말 기준)으로 7년 새 3배나 불어났다.

이 같은 정부·지자체 지원 덕분에 세종시는 서울보다 보육·주거·생활비가 적게 든다. 세종시 엄마들은 “넉넉지는 않지만 절약하면 홑벌이라도 생활이 가능한 곳이 세종”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해진 미래’의 저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모두가 피라미드의 접점으로 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집중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은 인구 정책”이라며 “삶의 질을 개선하고 심리적, 물리적인 경쟁을 낮추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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