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부동산규제][단독]②1.3㎡ 법인 만들고 취득세 6천 아낀다

법인설립 어떻게 하나 들여다보니
임대료 월 8만원에 ‘유령법인’ 설립
사무실 쪼개 3.3㎡남짓 법인 수두룩
단속 뜨면 실제 운영법인처럼 꾸며
  • 등록 2020-02-19 오전 6:00:38

    수정 2020-02-19 오전 10:54:53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그 주소는 5년 내 신생법인도 세금 감면 해당 지역이 맞네요. 설립하시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구로구청 관계자)

법인 소재지 ‘서울 구로구 구로3동 xxx-xx번지’. 면적 1.3㎡. 월 임대료 8만원. 법인 설립을 대행해주는 브로커가 내민 임대차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설립 절차가 쉽게 끝난다. 면적이 표기돼 있지만 비상주법인, 일명 ‘유령법인’이다.

‘구로공단’으로 잘 알려진 서울디지털국가산업 단지 내 지식산업센터에 불법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법인이 활개치고 있다. 이곳은 부동산 매매나 임대업 등의 법인은 들어올 수 없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법’(산업집적법)에 근거해 지식산업·정보통신산업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련 업종에만 조세특례제한법상 다양한 세(稅) 혜택을 준다. 부동산관련 업종은 해당 사항이 아니다.

15억 강남집 사면 6000만원 탈세 가능

그런데 어떻게 버젓이 부동산임대업을 하고도 산업집적법으로 정한 법인 설립 및 소득·취득·재산·등록세 등 각종 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구로구청 등에 문의한 결과, 법인이 구로공단에 등록돼 있으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집을 임대해주기 위해 임대업을 등록할 경우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임대주택에 해당 법인 직원이 사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 부동산 임대업자들은 본업을 IT로, 부업은 부동산임대업으로 등록한 뒤 이 같은 혜택을 받는 것이다.

브로커들은 보통 지식산업센터 내 한 사무실을 잘게 쪼개 여러 사무실을 두는 방식으로 법인 소재지를 만든다. 이를테면 330㎡(약 100평) 사무실에 9.9㎡짜리 사무실을 10여개씩 만들고 각 ‘호수’를 붙여 넣는 식이다.

이 같은 방법은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선 공공연하게 알려진 ‘꼼수’ 절세 방법이다. 이들은 이미 부동산법인을 만들고 이를 정당한 절세방법인양 퍼뜨리는데 법인설립 땐 설립목적에 부동산임대업이 아닌 IT업종을 넣어야 단속에 안 걸린다는 사례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지방에 부동산법인을 두고 서울 아파트를 사면 세무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서울 내에서도 과밀억제권역에서 예외 지역인 구로공단에 법인을 설립하려는 투자자들의 상담이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유령법인’도 부동산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과밀억제권역 외 법인을 두고 과밀억제권역인 강남에 15억짜리 아파트를 사면 5년 내 신생법인은 취득세 3%에 중과세율 4%가 추가돼 1억500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과밀억제권역 예외 지역인 구로공단에 법인을 두면 조세특례법상 중과세율이 면제돼 6000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다주택자(4주택 이상)인 개인이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 거래를 해도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가 걸리면 기본세율 6~42%에 20%를 중과해 최고 62%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법인은 기본세율 10~20%에 추가 법인세 10%를 더해 최고 30%를 적용받아 세율이 개인보다 훨씬 적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법인은 세후이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등을 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다주택자인 경우 법인이 개인보다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이러한 단순 절세를 목적으로 한 법인이 많이 생겨나면 부동산시장 교란 등 사회적 문제로도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현장 실사 나올 때 미리 연락”

이처럼 구로공단에 엄연한 불법이 횡행하고 있지만 구로구청은 단속은 커녕 해당 법인 주소만 확인한 뒤 세금을 감면해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 구로공단이 구청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구청 관계자는 “법인이 공단 내 주소지에만 있다면 세 감면 혜택을 준다”며 “다만 위법사항이 있다면 추후 적발 시에는 감면받은 세 혜택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에서는 구로공단 내 유령법인 적발 등의 단속은 따로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장 실사 등 단속(적발시 퇴거조치)은 한국산업단지공단(키콕스) 서울지역본부 입주지원팀이 맡고 있다. 문제는 단속을 전담하는 곳이 아닌데다 인원은 8명뿐이다. 이들이 입주사 1만1593곳(2019년12월 기준)을 일일이 파악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키콕스는 작년 지식산업센터에서 컨설팅업을 운영해 퇴거 조치한 모 업체도 신고에 의한 적발이었다.

현장 조사를 하더라도 적발은 쉽지 않다. 비상주법인 설립 대행사인 브로커들이 실사 일정을 파악, 법인이 실존하는 것처럼 꾸며 놓기 때문이다. 한 비상주법인 대행 브로커는 “공단이 현장 실사를 나올 땐 미리 연락해 일정을 잡는 게 일반적이고, 보통 신고에 의존하기 때문에 불법 비상주법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사 일정을 미리 알려주면 우리가 알아서 세팅해 놓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키콕스 관계자는 “산업집적법에 따라 산업단지 입주부터 퇴거까지 일련의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법을 위반한 사례들은 신고센터 및 현장 실사 등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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