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붐 무색한 벤처 인력난]②처우 좋은 곳으로…여력 없는 벤처 '울상'

연구개발 등 핵심 인재 부족… 성과보상 부족한 한계도
'매출 0' 벤처기업, 벤처투자 규제 개선해 투자 유치 늘려야
도전정신·전문성 키울 교육 인프라 부재도 지적
업계 "벤처기업 미리 경험해볼 기회 마련 중요"
  • 등록 2020-06-01 오전 5:05:00

    수정 2020-06-01 오전 5:05: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김호준 기자]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투자 정보(빅데이터)를 제공하는 A사는 올해 업력 5년 차로 업계에선 꽤 알려진 유망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 인력을 채용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C사에는 10여명의 직원이 있으며 대다수가 데이터 수집·취합에 매진하고 있다. C사 대표는 “웹·앱 개발도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유지·보수, 서버 관리 등 다양한 영역이 있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공자들이 많지 않다. 더욱이 벤처기업의 입장에서 그런 인력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액이 사상 최대치를 찍고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기업이 대거 등장하는 등 ‘벤처붐’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벤처 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ICT) 분야에서 꼭 필요한 앱 개발, 데이터 분석 등 고급 기술인력 공급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인재풀(Pool) 자체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연봉·복리후생이 좋은 기업으로 인재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전문성과 도전 정신을 두루 갖춘 맞춤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길러 내기 위해선 기존 벤처투자제도를 완화하고, 분위기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협회는 지난해 6만 500여개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인력 수급 상황을 조사한 ‘2019 ICT 중소기업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ICT 분야 종사자 수는 67만 2000여명이며, 평균 종사자 수는 11.1명이다. 이중 ‘기능·생산직’이 21만 1194명(기업당 평균 3.5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다음으로 △연구·개발직(16만 1115명, 평균 2.7명) △일반사무직(14만 4189명, 평균 2.4명) △경영·관리직(9만 4371명, 평균 1.6명) 등 순이었다. 결과에 따르면 연구·개발(R&D) 인력과 기능·생산 인력이 가장 부족했다. 부족 인력 수는, 연구·개발직이 평균 1.2명으로 다른 직종 대비 부족 인력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기능·생산직(0.5명) △일반사무직(0.1명) △경영·관리직(0.1명) 등이었다. 결국 11명의 직원을 둔 벤처기업들에 평균적으로 2명의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도전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맞춤형 인력을 길러낼 인프라를 확장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기업가정신’의 인재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육성 방안이 미흡한 상황이다. 공교육은 물론,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기관인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직원 70여명을 둔 스마트팜 기업 D사의 대표는 “업종 특성상 ICT에 능통한 시설·설비 전문가가 필요한데 그런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히 농업 시공·설비 분야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한다는 이유에서인지 그나마도 젊은 인재들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물론 인재 부족 외에도 벤처기업이 처우와 인지도에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아직은 업계 전반적인 연봉 수준 등을 파악하는 공식 통계는 없다. 하지만 업력 4~5년의 벤처기업에서 제시하는 초봉은 통상 2000만원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4년제 대졸자인 자바(JAVA)용 소프트웨어 3년 차 개발자는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올해 대기업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다. 연봉 2000만원대에서 30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며 “벤처기업에서 일할 당시 연봉이 낮은 대신 스톡옵션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고민 끝에 이직을 결정했다. 신입 개발자들의 초봉 자체가 낮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벤처기업이 스스로 성과보상 및 복지 체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좋은 인재를 원하는 만큼 그에 걸맞는 처우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창업초기기업일수록 자체 매출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은 만큼, 투자 유치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업계가 꾸준히 요구하는 사안 중 하나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제도다. 자금계 큰손인 대기업의 적극적인 벤처투자를 유도하는 제도다. 최근 정부가 위축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대기업 자금을 벤처기업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으로 대기업 지주회사는 CVC를 계열사로 둘 수 없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일단 자본이 있어야 높은 연봉을 지급할 수 있겠으나 매출이 거의 없는 벤처기업이 이를 실현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결국 투자를 통한 자금 마련이 최선이며, 대기업이 벤처투자시장에 참여하면 대규모 자금 조달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대책으로 꼽힌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와 창업진흥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범으로 운영했다. 대학생들이 우수 벤처기업에서 6주간 인턴으로 근무하는 프로그램으로, 업계를 미리 경험해보고 도전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실제 14개 창업선도대학(서울대·성신여대 등)의 대학생 76명이 52개 기업에서 인턴 근무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시범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전국 22개 창업선도대학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며 이번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의 우수사례집도 발간해 전국 대학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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