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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부피감이 무겁게 누르는 덩어리다. 석고처럼 허옇고 흙처럼 질퍽한 덩이들이 살을 맞대고 있다. 첩첩이 쌓고 덕지덕지 바르고 힘겹게 문지른 흔적. 깎아놓은 듯한 바위산을 닮았지만 어째 보이는 건 사람이다. 첩첩이, 덕지덕지, 힘겹게 사는 이들.
차라리 ‘고생 한 뭉치’라 해도 될 이 형상은 신진작가 문혜리의 손끝에서 나왔다. 굳이 이런 표현이 떠올랐던 건 작가의 독특한 작업방식을 들으면서다. 스톱워치를 누른 듯 정해진 시간 안에 작품의 끝을 본다고 하니. 물리적·심리적 강박이 읽히는 ‘14시간의 덩어리’(2020)가 말이다.
8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도스서 여는 개인전 ‘매스’(Mass)에서 볼 수 있다. 2020 하반기 갤러리도스 기획공모 선정작가전 ‘흐름의 틈’ 중 하나다. 혼합재료·LED. 가변 크기. 작가 소장. 갤러리도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