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유동성 파티에도 시무룩’…엑시트 난제에 속앓는 PEF

PEF 막대한 자금 기반…시장 큰 손 부각
이면에는 보유 매물 엑시트 시점 '속앓이'
'내년 조 단위 라지캡 매물 등장' 전망에
받아낼 원매자 있을지 시장 분위기 관심
  • 등록 2020-12-03 오전 2:30:00

    수정 2020-12-03 오전 2:3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숙명은 결국 엑시트(자금회수)다. 언제까지 매물을 사 모을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19가 (PEF에게) 기회이면서 위기인 이유다.”

최근 만난 한 중견 PEF 운용사 관계자는 내년도 인수합병(M&A) 시장 전망을 묻는 말에 의외의 답을 내놨다. 하우스별로 보유한 드라이파우더(블라인드펀드 내 미소진 금액)를 본격적으로 소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 대신 현재 보유한 매물에 대한 리스크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린 것이다.

수천억원대 실탄을 확보한 PEF들이 인수합병(M&A) 시장 큰 손으로 떠올랐지만 이면에는 보유 매물을 원하는 시점과 가격에 팔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기회로 딜 소싱(매물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엑시트에 대한 고민도 엿보이는 모습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코로나19로 PEF 보유매물 밸류도 ‘휘청’


국내 PEF가 보유한 실탄은 역대급으로 치솟은 상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PEF 11곳이 조성 중인 블라인드 펀드 자금 규모는 20조를 넘어섰다. 국내 PEF 자금이 20조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4년 PEF 제도 도입 후 이번이 처음이다.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퀴티(PE) 등 국내 3대 PEF 펀드 규모만 12조3800억원으로 11곳 펀드 규모의 68.4%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M&A 시장에 나온 매물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출렁이자 PEF들의 통 큰 베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한앤컴퍼니가 9906억원에 대한항공(003490) 기내식·기판(기내판매) 사업부를 인수한 것과 9월 스카이레이크가 6986억원에 두산솔루스(336370)를 인수하는 등의 빅딜을 일궈낸 것이 대표적이다.

풍부한 시장 유동성이 열기를 지피는 ‘양지’(陽地)라면 PEF 보유 매물의 밸류마저 흔들리는 ‘음지’(陰地)의 영역도 간과할 수 없다는 평가다. 특히 사업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평가하는 항공·여행·호텔 사업부문과 영화·식음료 등 소비재 기반 사업군에 투자한 PEF들은 투자금 회수 시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PEF 입장에서는 (투자를 할 때) 나중에 더 높은 수익률로 엑시트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되는데 현 상황은 PEF들이 기존에 보유한 매물에 대한 밸류도 같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싸게 살 가능성이 열린 동시에 싸게 팔아야 하는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조단위 매물 출현 전망…엑시트 ‘식은땀’

그렇다고 시장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매물을 들고 있기도 벅찬 상황이다. 통상 4~5년에서 길게는 8년 주기로 국내외 기관들로부터 유치한 금액으로 매물을 사모은 만큼 시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은 그래도 시간에 관대한 편이지만 국내 연기금 등 대형 투자자들의 경우 시간이 지체되는 것에 대해 엄격한 편이다”고 설명했다.

일부 PEF들은 리캡(자본재조정) 작업을 통해 M&A 관련 이자 비용을 줄이는 등 무게를 가볍게 하는 작업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간을 버는 작업에 그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PEF들이 시장에 내놓은 매물들이 마땅한 새 주인을 찾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매각 작업에 나선 의류종합쇼핑몰 ‘W컨셉’, 우선협상자를 선정했다가 끝내 불발된 ‘로젠택배’, 뚜렷한 실적 증가에도 손바뀜이 길어지고 있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한국법인’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몸값만 최고 수조원대에 달하는 두산공작기계와 쌍용양회(003410), 한온시스템(018880), 대한전선(001440) 등 라지캡(시가총액 상위기업) 매물들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내년 시장 분위기에 관심이 쏠린다.

이른바 ‘세컨더리 딜’(다른 PEF가 보유한 매물을 되사는 것) 형태로 넘기기에 덩치가 너무 커서 엑시트 자체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동종업계 대기업 계열 SI(전략적투자자)를 찾아야 하는데 시장 분위기가 라지캡 매물 받아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I가 또 다른 PEF를 재무적투자자(FI)로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하는 방안이 있긴 하다”면서도 “시장 분위기가 무거운 매물에 대한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 수준에 엑시트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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