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용, 다음은 우리 차례?"…전국 쪽방촌 불안감 확산

전국 쪽방촌 일대 소유주들, 대비 움직임 나선 것으로 알려져
구역 지정된 쪽방촌 소유주들은 공전협 잇따라 가입
"쪽방촌 뿐만 아니라 낙후지역서 우려 문의도 쏟아져"
  • 등록 2021-02-25 오전 5:00:00

    수정 2021-02-25 오전 7:01:54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개발 전 건물·토지 소유주들과 어느 정도는 사전 교감을 하고 받아들일 시간도 줘야 하는데 정부가 갑작스레 일방적으로 통보하다보니 다들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 아직 구역 지정이 되지 않은 쪽방촌들도 대비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관계자)

서울 동자동 후암특별계획구역 1구역 1획지와 일대(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공공주택 개발사업으로 현금청산 위기에 내몰린 쪽방촌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늘어나면서 다른 쪽방촌 소유주들도 동요하고 있다. 언제든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25일 부동산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쪽방촌 정비구역은 서울 영등포역, 대전역, 부산 좌천역, 서울역 쪽방촌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영등포 쪽방촌 정비방안’에 이어 같은 해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방안’, ‘부산 동구 주거취약지 도시재생방안’을 연달아 발표했다. 지난 5일에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정부가 해당 구역 건물·토지주들에게 사전 통보 없이 사업을 발표하고 밀어붙이면서 소유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개발에 동의하지 않아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 강제수용에 따라 현금청산을 당하고 양도소득세까지 물게 될 수 있어서다.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따른 저가 토지 강제수용을 반대하는 단체인 공전협 관계자는 “발표가 너무 갑작스럽다 보니 전반적으로 소유주들이 충격을 받아 힘들어하고 있다”며 “아직 구역 지정이 되지 않은 전국 쪽방촌 소유주들도 대비 차원에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앞으로 우리 쪽에도 공동대응 문의가 더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사업지 발표가 난 영등포역 쪽방촌 소유주들은 공전협에 가입했고, 서울역과 대전역 쪽방촌 소유주들은 가입을 타진 중인 상태다.

쪽방촌을 넘어 정부 주도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낙후지역 재개발 구역 소유주들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역 쪽방촌이 위치한 ‘후암특계1구역 준비추진위원회(추진위)’ 관계자는 “서울 내 노후·낙후지역 건물 소유주들의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구청과 함께 쪽방촌 거주민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을 지어주면서도 민간 재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와중에 정부가 이를 말없이 가로채간 것을 보면서 지금은 쪽방촌에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낙후된 구역이라면 어디든 비슷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이 같은 사업 방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아무리 공익적 목적이라도 토지 강제수용은 남의 땅을 빼앗는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며 “현금청산하고 강제수용에 들어가더라도 소유주들이 헌법소원이나 가처분 신청을 내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진단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법적으로 괜찮다고 밀어붙이니 사업이 진행이야 되겠지만 과연 그 법이 사회적으로 정당하다거나 타당한지는 의문”이라며 “용적률 등 같은 조건의 사업을 민간이 먼저 할 수 있게 해놓지도 않고 정부만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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