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HDC현대산업개발 주가 뚝뚝 떨어지는데…'매도'는 실종

HDC, 주가 2주간 44% 폭락…리포트 '0'건
'매도의견' 국내 증권사 0%대 vs 외국계 최대 20%
기업활동 호재·악재 혼재…선택적 침묵은 '직무유기'
  • 등록 2022-01-27 오전 6:20:06

    수정 2022-01-27 오전 6:20:06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따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민감한 문제라…….”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294870) 주가가 2주간 44% 이상 폭락했다. 추가 하락 가능성을 문의했더니 증권사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민감한 사안이라 코멘트를 내기 어렵다”면서 모두 손사래를 쳤다.

서울 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HDC 주가는 붕괴 사고 다음 날인 지난 12일 19.03%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9거래일 연속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24일 10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26일 1만4400원(-2.37%)에 거래를 마쳤다.

HDC의 앞날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이번 붕괴 사고로 최대 1년 8개월의 영업 정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HDC가 시공 예정인 아파트 중 일부는 계약 해지·교체 검토에 나서고 있고 입주를 앞둔 주민들은 아이파크 브랜드를 거부하고 있다.

곳곳에서 악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HDC의 사업 전망 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HDC 주식을 손절할 지, 소위 말하는 ‘존버(힘들게 버팀을 의미하는 속어)’할지 판단할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다는 얘기다. 개인투자자들은 관련 뉴스를 빠짐없이 챙겨보거나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HDC의 주식을 처분했는지 정도를 확인하고 눈치껏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매수만 있고 매도는 없다’는 증권가의 격언(?)은 빈말이 아니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25일 기준) 국내 주요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율은 0%대다. 미래에셋증권과 DB금융투자가 0.7%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모두가 침묵한 셈이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의견은 최대 두 자릿수에 달했다. 메릴린치인터내셔날 서울지점이 20.5%로 가장 높았고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15.3%), 모건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15.1%), JP모건증권 서울지점(11.1%) 등도 10%대를 넘겼다. 리포트로 매수 의견을 냈지만 시장이나 기업 상황이 바뀌면 투자자들에게 탈출 신호를 주자는 취지에서 매도 의견을 제시한다.

국내 증권사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매도 리포트를 내는 애널리스트는 정보 제공이나 기업 탐방에서 철저히 ‘왕따’ 취급을 받으며 리서치 활동이 어려워진다. 증권사 역시 법인영업이나 인수합병(M&A) 업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소신 있는 리포트를 용인하기 어려운 처지다. 드센 일부 소액 주주들의 원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악재에 리포트가 없으면 그게 바로 매도 신호다.” 증권업계 관계자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넨 말을 곱씹어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기업도 생명체와 같아서 생로병사를 피해 갈 수 없다. 어느 기업이든 호재와 악재가 있기 마련이고, 위기 상황이나 성장 기로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업 가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투자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증권사 리포트가 악재 앞에서 ‘선택적 침묵’하는 것을 단순히 ‘몸 사리기’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증권사의 의도와 상관없이 투자자들의 판단을 방해하는 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시장, 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한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증권업계가 과감성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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