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추억 깊은 '마틸다', 앙상블에서 주역까지 맡았죠"

뮤지컬 '마틸다' 미스터 웜우드 역 배우 서만석
17년간 뮤지컬 앙상블 활동, 이번에 첫 주역 맡아
무작정 뛰어든 무대, 욕심 부리지 않으며 묵묵히 즐겨
"앙상블이야 말로 주인공…백발 노인 돼도 하고파"
  • 등록 2022-11-24 오전 6:30:00

    수정 2022-11-24 오전 6: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배우가 한 번 주·조연을 맡으면 앙상블을 다시 하기 힘들다고 하는데요.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제 꿈은 백발노인의 앙상블이 되더라도 무대와 함께 하는 거예요.”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마틸다’의 주역 배우들 중에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가 있다. 주인공 마틸다의 아빠 미스터 웜우드 역을 맡은 배우 서만석(43)이다. 서만석은 2018년 ‘마틸다’ 국내 초연에서 앙상블이자 미스터 웜우드의 커버(주연 배우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경우 투입되는 배우)를 맡았다. 4년 만에 돌아온 이번 공연에서 당당히 주역을 꿰찼다.

뮤지컬 ‘마틸다’에서 미스터 웜우드 역을 맡은 배우 서만석 프로필 이미지. (사진=신시컴퍼니)
최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난 서만석에게 앙상블에서 주역을 맡게 된 사연을 들었다. 그는 “‘마틸다’ 초연 때 미스터 웜우드의 커버를 맡았지만 실제 공연에선 이 역할을 연기해보지 못해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오디션의 기억을 떠올리던 그의 표정에서 당시의 흥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극장 뮤지컬의 주역을 맡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서만석의 원래 꿈은 가수였다. 90년대 후반 단돈 20만 원을 들고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에 올라왔다. 연예기획사를 통해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지만 앨범은 실패했다. 그룹 신화 등 유명 가수들의 코러스로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대학 교양 수업을 통해 우연히 뮤지컬을 접했고, 가수가 아니어도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작정 뮤지컬에 뛰어들었다.

2005년 뮤지컬 ‘불의 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출연한 작품은 18편. 춤도 연기도 뒤늦게 배워야 했다. 2008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 대신에 선택한 소극장 뮤지컬 ‘달고나’는 서만석을 뮤지컬배우로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서만석은 “‘달고나’를 통해 뮤지컬에서 연기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작품에 대한 욕심도 버리다 보니 꾸준히 무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마틸다’에서 미스터 웜우드 역을 맡은 배우 서만석의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서만석에게 ‘마틸다’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2015년 결혼한 아내와 신혼여행으로 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본 작품이 바로 ‘마틸다’였다. 이번 공연에서 서만석이 미스터 웜우드 역을 맡은 사실을 누구보다 기뻐한 이도 그의 아내였다.

“코로나19로 많은 배우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게 됐잖아요. 저도 출연하려던 작품이 취소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아내도 진지하게 뮤지컬배우를 그만 두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고요. 그만큼 힘든 상황이었죠. 이번 ‘마틸다’ 미스터 웜우드 역 오디션에 합격하자 아내가 ‘그때 그렇게 얘기해서 미안하다. 당신이 이렇게 버티고 이런 역할까지 하게 돼 너무 대견하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뮤지컬배우로서 서만석의 진가는 ‘마틸다’ 2막 첫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스터 웜우드가 넘버 ‘텔리’를 부르며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웃음을 선사하는 장면이다. 서만석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객석은 그야말로 폭소 만발이다.

‘마틸다’로 당당히 주역을 맡았지만, 서만석은 앞으로도 앙상블과 주역 가리지 않고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앙상블은 병풍이 아니에요. 앙상블이야 말로 주인공이죠. 앙상블이 살아 있을 때, 무대도 주인공을 맞이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니까요.”

‘마틸다’는 영국 명문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대표작으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아동문학가로 손꼽히는 로알드 달의 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똑똑하고 책 읽기 좋아하는 어린 소녀 마틸다가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 자신의 힘으로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내년 2월 26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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