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7가지 종류의 초밥이 있다. 사람들은 어떤 것부터 먹을까. 실험해 보니 좋아하는 종류를 먼저 먹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 경향은 여성이 남성보다 강했다. 첫째보다는 둘째가, 둘째보다는 셋째로 자란 사람이 맛있는 걸 먼저 먹는 성향이 짙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 공학교수가 사비를 들여서 한 실험이다. 뇌과학자가 이 실험을 한 이유가 뭘까. 경제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의 선택방식과 의사결정과정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어떤 순서로 먹든 초밥이 주는 보상의 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경제학 논리.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먹는 순서에 따라 보상의 총합이 달라진다. 타이밍을 간과해선 안 된다. 3개월 무이자 할부를 해준다는데도 일시불로 결제하는 사람을 보라. 나눠서 부담을 줄이는 것보다 번거롭지 않게 한 번에 끝내는 걸 중시한 결과다.
책은 정 교수를 비롯해 세 명의 뇌과학자들이 다룬 뇌 얘기다. 해부학이 아니다. 철학과 종교의 영역이던 마음의 근원을 작은 우주라 불리는 뇌에서 찾는 작업이다. 뇌 기능을 알면 나도 제어할 수 있단다. 김대수 교수가 설명한 패턴 분리다. 어떤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 그때 기억의 패턴이 완성돼 나중에는 그 사람만 봐도 스트레스가 생긴다. 그 때문에 직장에 가기 싫다면? 이때 필요한 게 패턴의 분리다. 직장이 아니고, 그 사람의 행동이 스트레스를 주는 거라는 식으로 다스려야 저항성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