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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직원들에게 쓴 친필 편지의 일부다. 여기엔 최근 유통업계가 직면한 위기가 함축돼 있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유통업계의 전통강자였던 대형마트는 최근 절박한 상황을 맞았다. 이커머스 업계와 경쟁에서 밀리고 최저임금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대형마트 3사의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효율이 떨어지는 매장을 정리하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구매건수는 4% 감소했으며, 점포당 매출 역시 2.5% 줄었다.
대형마트에서 빠져나간 매출과 고객은 고스란히 온라인 마켓으로 옮겨갔다. 1분기 온라인 판매중개업의 매출은 16.6%, 온라인 판매업 매출은 13.9% 각각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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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도 영업이익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2017년 2699억원에서 지난해 1510억원으로 44% 줄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대형마트 업계에선 매출이 나지 않는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2016년 147개에 달했던 이마트 매장은 현재 143개로 줄었다. 낙후 매장에 대한 리모델링도 진행 중이다.
추가로 개설하는 매장은 창고형 할인마트 트레이더스이거나 전자제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 전문점 등이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경남 동김해점과 부천 중동점 등의 영업을 중단하고, 롯데마트도 동대전점을 없앴다.
올해 들어선 초저가 경쟁에 들어갔다. 동종업계 간 초저가뿐만 아니라 신흥 경쟁상대로 떠오른 이커머스 업계와의 가격경쟁도 서슴지 않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국민가격’, ‘극한가격’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정상가 대비 40~50% 가까이 할인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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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최근 ‘피코크 밀키트’로 밀키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 밀키트 시장은 오는 2024년 4000억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이때까지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피코크 밀키트를 연매출 500억원 규모 서브브랜드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앞서 올해 2월에는 색조 화장품 브랜드 ‘스톤 브릭’을 출시하고 화장품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롯데마트는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고 반찬 브랜드 ‘요리하다 요리찬’을 선보이고 신제품 8종을 출시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반찬 사업에 대형마트가 뛰어든 셈이다. 이는 국내 반찬 시장이 2017년 2조원을 넘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는 대형마트도 전통시장처럼 관광형으로 모객에 성공하는 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하위 10% 매장은 정리하고 식품과 비식품은 대체가 가능하므로 성장성이 큰 키즈나 반려동물 위주의 카테고리 킬러를 전면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