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디플레 초입…주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②
여의도의 '닥터둠' 김영익 교수 인터뷰
美 실물지표 폭락…하반기 주가 더 하락
中 구조조정 수순…韓 디플레 초입 위기
회사채 경색 심각…한은 등 더 역할해야
  • 등록 2020-03-30 오전 5:15:00

    수정 2020-03-30 오전 5:15:00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불렸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올해 하반기 미국 다우 지수는 최근 저점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328만3000건.

지난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의 주간(이번달 15~21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충격적이다. 이 지표는 시장 인사들이 미국 경기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유가 있다. 미국은 소비의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소비가 차지한다. 이런 소비의 선행지표가 고용이다. 코로나19의 실물경제 충격이 어느정도 일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시장이 주목한 게 실업수당 청구 건수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미 위기였다. 지금껏 최고치는 1982년 당시 69만5000건. 이를 네 배 이상 웃돈 것이다. 미국의 소비시장, 더 나아가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실업 대란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모든 실물 지표가 급락할 겁니다. 소비 중에서 70%는 외식, 영화, 스포츠, 금융 같은 서비스 부문이거든요. 딴세상 얘기가 아니에요. 자영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도 힘들어질 겁니다.”

이데일리는 미국 고용 지표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24일 오후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그는 여의도 금융가에서 ‘족집게’로 이름을 날렸고, 2015년 이후 서강대에서 금융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녹화 강의를 하니 낯설다”고 했다. 개강한 서강대 캠퍼스에 정작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 주가 더 하락한다

-학교가 썰렁하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다. 걱정이 크다. 경제 전망이 많지만 결국 관건은 코로나19가 언제 잡히냐다.

-미국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위기 조짐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골이 깊어졌다. 미국은 2009년 6월 경기 저점 이후 지난달까지 확장 국면을 보였다. 128개월이니 역사상 최장인데, 그게 과감한 재정·통화정책에 따른 것이다. 급증한 정부부채가 더 큰 위기를 부를 것으로 본다.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미국은 통상 주가 정점 이후 경기 정점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달 주가 정점과 경기 정점이 한꺼번에 왔다.(미국 다우 지수는 지난달 12일 2만9551.42로 사상 최고를 찍은 이후 한달여 만인 지난 23일 1만8591.93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이후 주가가 30% 훨씬 넘게 빠졌으니, 모든 실물 지표가 급락할 것이다.

-미국은 개인이 주식을 많이 하지 않나.

△그게 문제다. 한국과 투자 문화가 다르다. 미국에선 개인이 자산의 32%를 주식으로 들고 있고 12%를 펀드 등으로 간접 투자한다. 주가가 폭락하면 소비심리에 타격을 준다. 다우 지수의 지난 한달 폭락은 대공황 때보다 가팔랐다. 모건스탠리가 2분기 성장률을 -30%로 예측했는데,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 증시는 베어마켓 랠리(지속적인 약세장 속 일시적인 반등장)로 요약할 수 있다. 다우 지수는 5~6월 반등할 것으로 보지만, 추세 상승장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올해 하반기 급격한 경기 침체와 함께 이번 저점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주가 못지않게 유가 우려가 크다.

△배럴당 15달러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본다. 특이한 점은 유가와 한국 코스피간 상관계수가 높다는 점이다. 코스피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中 구조조정 수순…韓 디플레 초입

-교수님은 ‘한국판 닥터둠’으로 불린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2007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는데 2008년에 왔다. 그 이후부터 비관적인 전망이 많아졌다.

-무엇이 문제인가.

△전세계적으로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하다. 돈을 풀어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예전처럼 일어나지 않는 건 (가계 소득 감소 등에 따른) 수요 부족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공급 과잉이다. 한 산업군 내에서 기업 수가 감소하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쉽지 않겠지만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이 특히 구조조정 이슈가 있다.

△그렇다. 중국의 구조조정은 더는 미룰 수 없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세계 경제 성장률이 -0.4%였다. 그때 중국은 9.2%였다. ‘사회주의 중국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는 말이 그때 나왔다. 문제는 투자에 너무 의존했다는 점이다. 2009년 고정투자의 성장 기여율이 79%에 달했다. 기업부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도 이마저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어떤가.

△디플레이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을 맡되, 한국은행은 수요 측면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깊게 들여다봐야 할 때다.

한국은행·시중은행이 역할해야 할 때

-코로나19로 인한 회사채 경색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19가 예상치 못하게 왔다. 돈을 벌 실력은 있지만 단기 자금난에 빠진 기업을 선별한 시간도 없고 능력도 없다. 일단은 기업의 자금난 숨통을 틔워주는 게 맞다고 본다. 이번 국면이 지나면 충격이 덜한 방식으로 점진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돈을 풀고 있다

△연준이 처음으로 회사채까지 사들인다. 특정 산업군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는데 그런 결정을 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실물경제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연준이 더 위험하다고 평가 받는 주식을 매입하는 날도 올 거다.

-한국은행의 대응이 요즘 화두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과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 선제적으로 움직인다는 신호를 줘야 정책 효과가 큰데, 매번 시장은 한 타이밍씩 늦다고 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얼마든지 살 수 있고 또 사야 한다. 신중한 자세도 좋지만 용기있는 행동도 중요하다.

-결국 시중은행 자금이 들어가는 수순이다.

△그렇다. 시중은행이 KDB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과 함께 채권단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안 보인다. 은행은유가증권을 매입할 때 이때 주로 사들이는 국채 외에 회사채를 인수해줘야 한다. 지난해 국내 단기사채 발행 잔액이 45조8000억원이다. 그 중 A 등급 이상이 90%가 넘고 (투자등급 맨 아래의) BBB 등급이 6% 정도다. BBB 등급이 더 떨어질 때가 문제다.

-은행권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

△은행권은 볼멘소리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이 계획하는 증권시장안정펀드에 금융지주사들이 출자할 경우 그만큼 위험가중자산이 늘고, 이는 신용도 하락과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위기를 넘기자는 공생 측면에서 봤을 때 그나마 자금 사정이 탄탄한 은행권 외에는 현실적으로 대안이 많지 않다. 시중은행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김영익 교수는…

△1959년생 △전남대 경제학과 △서강대 경제학 석·박사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한국은행 통화정책 자문위원 △한국거래소 자금운용위원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국면이 지나면 (충격이 덜한 방식의 점진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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