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반도체 경쟁력 결국 사람에 달렸다

이석행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 등록 2020-01-15 오전 5:15:00

    수정 2020-01-15 오전 5:15:00

지난해 반도체 산업은 도전과 응전의 시간을 보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경쟁국의 거센 추격 가운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직격탄을 맞았다. 대외의존
이석행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도가 높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재조명되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정부가 국내 반도체 업계의 빈틈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분위기는 곧 반전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역설적으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앞당기는 불씨가 되었다.

정부에서도 소부장 산업 지원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인 2조 1000억 원 규모의 특별회계를 신설한다. 또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소부장 기업에 5년간 182억 원을 지원해 집중 육성에 나선다.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소부장 국산화가 각종 지원책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돌이켜보면 여러 산업 전략과 대책마다 인력 양성 계획은 빠지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전히 업계는 인력난에 아우성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신산업 기술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차세대 반도체 분야 인력 부족률은 3.8%로 나타나 평균(3.7%)보다 높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 인력 부족률은 5.7%에 달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핵심 산업마저도 인력 수급에 몸살을 앓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 만큼 인력 양성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 지난해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내놓은 기술 수준 평가 보고서에서도 차세대 반도체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최우선 과제로 인력 양성 및 유치를 꼽았다.

무엇보다 균형 있는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그동안 반도체 인력에 대한 관심은 연구개발(R&D) 분야에 치우쳐 있었다. 소부장 원천 기술 개발은 연구개발 인력의 역할이나 기술을 적용해 수율을 높이고, 공정을 안정화하는 것은 엔지니어의 몫이다. 반도체 장비 유지 보수가 가능한 기술 인력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 능력과 공급 인력의 역량 간 미스매치를 지적해왔다. 반도체 산업에 특화된 교육기관, 교과과정이 부족해 유사 전공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명확한 개선이 필요하며, 해결은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 반도체 직업교육은 변곡점을 맞는다. 폴리텍대 안성캠퍼스가 반도체융합캠퍼스로 명칭을 바꾸고, 전국 유일 반도체 특화 대학으로 새 출발에 나선다. 정부의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에 호응해 시장과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대학이 선제적으로 나서 협회와 기업 관계자를 만나 협력을 요청했다. 출범하기까지 1년 6개월간 숨은 노력이 있었다. 반도체산업협회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업체 수요 조사를 기반으로 학과 개편을 진행했다.

또 실제 팹(Fab·반도체 생산 공장)과 유사한 클린 룸을 만들어 반도체 제조 공정 실습을 하며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다. 학과 간 통합 실습을 기반으로 전공 기술을 연계하면 장비를 역설계해 개발·생산할 수 있는 제조 인력을 키워낼 수 있다. 50여 년간 제조업 인력을 키워온 직업교육 노하우를 살린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부한다.

변화가 시작되었으나, 끝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산업과 더 밀착화한 교육을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다. 기술 발전에 따라 높은 기술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다변화도 필요하다. 마스터(master) 과정을 도입해 보다 심화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고민해볼 문제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업 발전을 이루어냈다. 압축적인 경제 성장의 힘은 우수한 기술 인력으로부터 나왔다. 해법은 이미 알고 있다. 반도체 직업교육이 사람을 키우고, 기술 자립의 불씨를 살리는 풀무질을 할 것이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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