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갭투자]②“비트코인 꼴 날라”…투기열풍에 초고강도 카드 만지작

부모+신용+퇴직금까지 ‘영끌’ 갭투자
‘성공담’에 너도나도 “위험한 빚테크”
청약 막히고 임대정책에 갭투 쏠림↑
  • 등록 2020-01-16 오전 5:30:00

    수정 2020-01-16 오전 5:30:00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대기업 과장인 박지영(37·여·가명)씨는 1년 전 결혼을 했지만 아직까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박씨는 3년 전인 2017년 초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에 매매가 7억원대인 아파트를 갭투자로 산 유주택자다. 그런데 남편도 본인 소유의 집이 있는 상태라 지금 혼인신고를 하면 다주택자가 된다. 박씨는 양도소득세 중과(2주택자는 10%포인트 가세)를 피해 집을 판 이후에나 혼인신고를 할 생각이다.

중견기업 대리 임민식(34·가명)씨도 지난달 6억원대의 B아파트(시흥동·60㎡)에 갭투자했다. 부모님이 보태준 원룸 전세금과 신용대출, 퇴직금을 미리 받아 마련한 2억5000만원을 온전히 B아파트에 투자했다. 임 씨는 현재 7평(22㎡)도 안되는 원룸에 월세로 살면서 아파트값 오르기만 기다리고 있다.

‘묻지마투자’ 비트코인 광풍 때와 닮아

정부가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등 총 18번의 규제책을 내놨지만 갭투자 광풍(狂風)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앞선 투자자들의 ‘성공담’과 함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신조어)해서라도 투자하겠다는 분위기다. 갭투자는 전세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주택을 매수하는 것으로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만큼만 투자하고도 고가주택을 살 수 있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20~30세대가 갭투자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에서 전세보증금을 승계해 집을 산 갭투자 비중은 56.1%, 강남4구에선 63.5%에 달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7월부터 매달 빠른 속도로 증가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20~30대 젊은층으로 국토부는 분석하고 있다.

정부 한 고위공무원은 “금융위원회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LTV 20%로 제한, 15억원 초과 주택 대출 전면금지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젊은층들의 묻지마 갭투자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몇년 전 비트코인 투자 광풍 때와 비슷하다는 위기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도 높은 규제에도 투기열풍이 멈추지 않으면 대출 및 금융규제 추가 확대, 최근 거론되는 주택매매거래허가제 등 단계별 메뉴얼을 만들어 놨다”고 덧붙였다.

갭투자 열기는 마치 2017년 말 정부의 엄포에도 광풍이 불었던 비트코인 투자와 닮았다. 당시 정부가 대출을 옥죄는 등 규제를 가했지만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발언을 꺼낸 이후 급락을 거듭했고 수 천만원을 잃은 이들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미 부동산 갭투자들이 모인 온라인카페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이러다 비트코인처럼 ‘쪽박’차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돈다.

부동산 갭투자자들 1200여 명이 모인 메신저 화면. ‘가즈아’라는 닉네임을 단 이들이 수두룩하다.(사진=강신우 기자)
하지만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최근에는 비규제지역으로 20~30대 갭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를 적용받아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천시 중동 L공인중개사 대표는 “아무래도 여기(비규제지역)는 주택담보대출을 서울보다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사는 사람들의 부담이 적은 게 사실”이라며 “부모님과 함께 집을 보러 오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갭투자가 최선”, 자가 요구 외면한 정부

다만 갭투자를 단순히 특정 세대의 투기성 쏠림현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가를 원하는 30대의 욕구와는 엇갈린 정책만 내놓은 정부의 책임도 뒤따른다는 이야기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최근 3개월간(2019년9월~11월) 서울 아파트 연령대별 구매 건수에서 30대가 806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7672건), 50대(5077건), 60대(2782건) 순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는 지난 2017년10월부터 전용면적 85㎡ 이하 청약시 추첨제를 폐지, 100% 가점제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청약 가점이 평균 60점대인 상황에서 40점대에 불과한 30대 실수요자들은 분양시장 진입이 사실상 막혔고 공급 정책은 임대에만 집중돼 있어 내 집 마련의 최선이 ‘갭투자’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약시장은 과열돼 30대가 서울 아파트를 분양받기 어렵고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인 상황에서 대출까지 막아 버렸으니 결국 갈 곳은 갭투자 밖에 없는 것”이라며 “집값이 계속 올라 결국 서울서 자가 마련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갭투자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갭투자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갭차이가 커지고 있어 투자액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레버리지 효과’가 적고, 매입 후 집값이 떨어지면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박 씨가 투자한 시기(2017년1월)에는 서울 평균 전세가율이 72%로 높은 편이었고 자치구에 따라 갭차이가 20% 미만인 곳도 수두룩했다. 박 씨가 7억원 대 아파트를 전세끼고 1억5000만원에 살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임 씨가 투자한 시기(2019년12월)에는 전세가율이 58%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곳은 40%를 밑도는 곳도 있다. 집값 하락뿐만 아니라 전셋값 하락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갭투자는 집값 하락시 본인은 물론 ‘깡통전세’ 문제로 세입자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갭투자한 아파트는 자산이 아닌 위험한 ‘빚테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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