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풀기 폐해 커…민간 기업 역동성 일깨워야 진짜 위기 극복"

[포스트 코로나, 석학에게 길을 묻다]
에드먼드 펠프스 美 컬럼비아대 석좌교수②
코로나 이후 기업 새 성장동력 일깨울 것
혁신 원천은 인적자원…호기심 자극해야
과학기술보다 새로운 아이디어 더 중요
'작은 혁신' 축적할 교육개혁 절실한 때
  • 등록 2020-05-06 오전 5:30:00

    수정 2020-05-06 오전 5:30:00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사진=컬럼비아대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천문학적인 돈 풀기가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주저앉자 미국 정부와 의회는 2조8000억달러(약 3435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가계와 시장에 쏟아부었다.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추가로 재정을 투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제로(0.00~0.25%) 수준으로 금리를 끌어내린 데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만에 다시 무제한 양적완화(QE)를 선언하고 정크본드까지 사들이고 있다.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정부는 1, 2차 추가경정예산만으로 25조원이 넘는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2차 추경을 통해 마련한 14조원을 재원으로 전국민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지급하는 초유의 경기부양책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달러가 과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주저앉은 경제를 치료할 수 있을까? 시장에 쏟아부은 막대한 돈이 또다른 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아닐까?

“엄청난 공공부채(public debt)가 너무 멀리, 너무 오래 가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많은 경제학계 동료들이 미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해도 문제가 없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경제학계의 ‘구루’ 에드먼드 펠프스(87)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의 포스트 코로나 진단은 단호했다.

펠프스 교수는 “정부 보조금으로 경제 충격을 해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경제가 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실제 미국의 2020회계연도 첫 넉 달(2019년 10월~2020년 1월) 재정적자는 전년 동기 대비 25% 급증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민간 경제의 역동성(dynamism)’이다. 확장 재정은 재정적자 문제만 키울 뿐 새로운 기업의 혁신 야성이 쌓여야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펠프스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들이 갑자기 등장할 정도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충격은 많은 기업들을 다시 일깨울 것”이라고 했다. 민간기업의 역동성이 얼마나 살아나냐에 따라 코로나 이후 각국 경제가 좌우될 것이란 게 펠프스 교수의 진단이다.

코로나 이후 긴축정책 전환 쉽지 않아…인플레 우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해 큰 충격을 입었다.

△팬데믹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충격을 몰고 왔다. 미국 정부는 일시적으로 해고 위험에 처한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공급 충격에 대응하고 있다. 또 연준은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수요 감소에 대처하고 있다. 한국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대부분 (위기에 대처하는) 정책 방식은 비슷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엄청난 돈을 쏟아붇고 있다.

△충격이 큰 만큼 재정·통화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미국의 공공부채 문제 때문에 걱정이 많다. 최근 중앙은행이 너무 많은 화폐를 찍어내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뿌려놓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추후 긴축정책으로 전환할 때는 정치적인 이유로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문제를 걱정하는 이유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재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확장적인 경제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까지 생각하면) 근본적인 대책은 민간 경제의 역동성이다. 코로나19 이후 기업 역동성과 혁신성이 큰 나라들은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회복이 더 빠를 것이다. 민간의 역동성을 되찾아야 한다.

-민간의 역동성이 무엇을 말하는 건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몇몇 신생 기업들이 우리의 눈을 열어줬다. 이들 기업들은 이전에 없던 독창성과 창조성을 코로나19를 계기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발 위기는 각 기업들로 성장동력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안겨줬다. 빠른 시간내에 위기 발생 이전 수준으로 성정과 고용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1~2년 정도면 반등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기업들을 일깨운다면 회복은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는 등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한 곳에 모여 함께 일하는 문화가 가지는 장점이 있다. 회사 직원들이 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며 복도 혹은 정수기 근처에서 자발적으로 토론하는 문화를 일깨우고 확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다. 이것은 회사 생산성을 높이는데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고립된 상황에서 일하는 것은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나는 스카이프(Skype)도 줌(ZOOM)도 익숙하게 사용하고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이것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만남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기업의 고용이나 임금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나는 코포라티즘(corporatism·정부가 각종 위원회 등을 통해 기업의 고용과 임금에 관여하는 체제)의 최대 적이다. (웃음) 정부가 규제를 통해 개별 기업의 자율성을 떨어뜨리면 장기적으로 경쟁과 혁신을 저해한다.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풀뿌리 혁신(grassroot innovation)이 절실하다.

혁신의 원천은 인적자원…교육개혁 절실

-코로나19 이후 키워드는 무엇인가.

△혁신을 위한 중요한 원천이 인적자원이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게 교육 시스템(school system)이다. 지금 학생들이 상상하고 혁신하기 위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고대 그리스, 르네상스 시대를 관통한 인문적 소양을 키우고 다르게 사고하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서 돈키호테 같은 장편소설이 도서 목록에 있는지 모르겠다. 교육의 변화가 결국 민간의 혁신으로 이어진다.

-혁신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중요하지 않나.

△그렇지는 않다. 기술만으로는 경제에 변화를 줄 수 없다. 나의 연구팀은 이번 신간 ‘다이나미즘(dynamism)’에서 혁신에 대한 경험적·통계적 분석을 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나온다는 결론을 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과학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삶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 스타트업 등 풀뿌리 혁신을 이끌 수 있는 기업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럼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교육 시스템부터 고민하고 개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문화와 풍토를 바꿔야 민간의 역동성이 살아난다.

펠프스 석좌교수는…

△1933년 미국 시카고 출생 △앰허스트대 경제학과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미국 재무부 자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자문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자문 △컬럼비아대 자본주의와 사회연구소 소장 △컬럼비아대 정치경제학 교수 △노벨경제학상 수상(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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