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해외부동산투자 직접 점검해 보고하라"

‘미래에셋·中안방그룹’소송戰…새 법률리스크 등장에 ‘화들짝’
코로나19 확산 영향, 美·EU 등 부동산 투자 손실 리스크 커져
증권업계 “이사회 결과보고에 영업기밀까지 공개는 경영간섭”
  • 등록 2020-05-26 오전 2:30:00

    수정 2020-05-26 오전 8:00:24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해외부동산 투자실태를 자체 전수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미래에셋그룹이 중국 안방보험과 미국 내 호텔 인수를 둘러싸고 대규모 소송전이 발생하면서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법률 리스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최대 피해지역이 되면서 지난 수년간 현지 부동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국내 증권사의 손실 가능성이 커진 것도 점검 이유다.

당국은 이번 투자실태 조사 결과를 각 사 이사회에 보고한 뒤 해결책까지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대부분 증권사의 고유 영업기밀인 딜 소싱(투자처 발굴)과 자산 재매각(셀 다운) 과정까지 낱낱이 보고할 것을 요구해 증권사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법률리스크에 코로나19 파장까지’…56조 공룡펀드 휘청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20개 증권사에 ‘해외 부동산 투자 및 재매각과 관련한 자체 점검’ 공문을 보내고 최고경영자(CEO)가 점검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증권사 자체점검 대상은 지난달 말 기준 해외 부동산과 관련해 증권사가 직접 보유하고 있거나 셀 다운, 펀드나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화를 통한 투자 등이다.

금감원은 공문에서 △해당 투자 구조 △현지실사 및 내부심사 절차의 적정성 △담보 및 자금통제 등 권리확보 여부 △현지 인허가 및 공사지연, 소송 진행 여부 △투자자 대상 사업내용 및 투자위험 등에 대한 충실한 설명 여부 △증권사 보유분에 대한 평가 적정성 △투자관련 내규 및 지침 △경기 위축·재난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 가입 여부 등 구체적 항목을 지정하고 증권사 감사부서의 종합적으로 점검하라고 요구했다.

증권사는 다음달 말까지 자체점검을 마친 후 해당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후 이사회 보고내용까지 담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사안의 중요도 여부를 자체 판단해 이사회에 책임을 물은 뒤 직접 현장검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금융투자회사 중점검사사항 사전예고에서 밝힌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관련 상품의 리스크 관리실태 점검 일환”이라며 “코로나19 충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성이 커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모니터링 강화와 사전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증권사에 자체점검 강화를 지시한 것은 코로나19 영향 때문이다. 대면 검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장점검 결과만 받아서는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가능성이 커진데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대규모 법률리스크와 거래 상대방 리스크가 발생한 것도 이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해외부동산펀드의 설정잔액은 55조6680억원에 이른다. 56조원에 이르는 해외부동산펀드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진 탓이다. 실제로 이러한 영향은 최근 불거진 미래에셋그룹과 중국 안방보험 간의 대규모 소송전에서 엿볼 수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부동산펀드는 상품구조상 판매사와 운용사 현지 에이전시 등 다양한 주체가 개입하는데다 현지부동산 거래 관행 등으로 거래상대방 리스크와 법률 리스크가 크고 환율변동에도 취약한 것이 특징”이라며 “특히 코로나19의 직접적 충격을 받고 있는 호텔, 리조트, 리테일 등에 투자한 증권사의 투자물건 가치하락, 리츠의 배당감소와 중단, 주가 하락 등의 피해 확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편입자산의 구조, 임대차계약 내용, 관련 익스포저 등 투자물건별 현황 파악을 통해 증권사가 유동성 리스크에 사전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증권사 “너무 과하다” 불만


증권사들은 금감원의 이번 점검 지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해외 부동산 펀드 리스크가 현실화하지 않았음에도 너무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해외부동산투자 시 각사 내규에 따라 투자심의 절차를 거쳐 결정한 사안인데다 당장 해외부동산투자 리스크가 현실화하지 않았는데 마치 문제가 있는 것 마냥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올해 초부터 주기적으로 금감원에 해외부동산현황을 보고해 왔는데 이번 점검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한 후 논의결과까지 가져오라고 하는 것은 힘들다”며 “어려운 상황을 같이 파악하자는 의미에서 정리하자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딜 소싱부터 셀 다운까지 고유 영업기밀까지 낱낱이 공개해 가져오라고 하면 이는 사실상의 경영간섭”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자본시장에서 해외 상품 관련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전사적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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