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오다노' 창업주 홍콩국보법 위반 체포…그는 왜 '반역자'가 됐나

"외국 세력과 유착…국가안보 범죄 조사 위해"
지오다노 창업 후 천안문 사태 목격…반중매체 세워
  • 등록 2020-08-11 오전 12:23:58

    수정 2020-08-11 오전 12:25:19

지오다노 창업주이자 홍콩 반중매체를 설립한 지미 라이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10일 체포됐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유명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주이자 홍콩 언론계 거물인 지미 라이(72)가 홍콩국가보안법(홍콩국보법) 위반 혐의로 10일 새벽 홍콩경찰에 체포됐다.

10일 BBC와 CNN 등 주요 언론은 일제히 라이가 이날 새벽 홍콩 호만틴 지역에 있는 자신의 집에 들이닥친 경찰 부대에 의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라이는 선동, 외국과의 유착, 사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라이뿐 아니라 그의 아들 두 명도 국보법 위반 혐의로 함께 체포됐다. 두 아들의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다.

홍콩 경찰 100여명이 이날 라이와 두 아들을 체포하기 위해 그의 거주지로 출동했으며, 경찰 측은 홍콩국보법 제43조에 근거해 국가안보 범죄를 조사하기 위해 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홍콩국보법은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을 범죄로 간주하고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

지오다노 창업주는 왜 반중매체를 세웠나

홍콩 당국이 라이를 체포한 배경에는 그가 설립한 반중 성향의 민주주의 언론 매체가 있다. 중국 본토 광둥성에서 태어난 그는 12살에 홍콩으로 건너와 작은 의류공장에서 일했다. 공장 일과 영어를 가르쳐 번 돈으로 1981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했다.

그가 민주화에 눈을 뜬 건 1989년 천안문 사태를 목격한 뒤부터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탱크를 동원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의류업계에서 닦은 기반으로 미디어 업계에 진출한 그는 신문사인 빈과일보와 주간지인 넥스트 매거진을 설립해 중국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라이가 설립한 빈과일보에서는 천안문 사태 당시 베이징 학살을 비판하는 칼럼을 싣기도 했고,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가 일어났을 때엔 홍콩 경찰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을 집중 보도했다. BBC는 “라이는 베이징에 감히 맞서는 희귀한 반정부 거물”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에겐 라이가 눈엣가시였다. 중국 본토에서는 그를 중국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배신자’로 간주했다. 암살 시도도 수차례 있었다. 수년 동안 복면을 쓴 괴한들이 라이의 집과 회사를 공격하곤 했다. 자동차로 자택 정문을 들이받고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라이의 체포 소식을 전하며 그를 ‘폭동 지지자’로 칭하며 “라이의 출판물은 증오를 선동하고 소문을 퍼뜨리며 수년 동안 홍콩 당국과 중국 본토를 얼룩지게 했다”고 보도했다. 라이는 올해에만 불법 집회 혐의로 두 차례 체포됐다.

10일 홍콩 경찰은 홍콩보안법에 따라 지미 라이의 거주지를 찾아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AFP)
“언론자유 보장”한다던 홍콩국보법…전제는?

홍콩국보법은 총칙에서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적시한다. 단 홍콩은 중국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를 때만 언론 자유가 보장된다. 이날 라이가 체포된 것도 그가 홍콩의 민주화를 주장하며 외국과의 연대를 강조해온 라이의 행보를 중국 정부가 문제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라이는 지난해 7월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홍콩의 자율성에 대해 논의했다. 올해 초에는 빈과일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홍콩 민주화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서한에서 “미국이 우리를 지지하면 다른 나라들도 뒤따를 것”이라고 촉구했다.

홍콩국보법에 따르면 라이의 이러한 행위는 외국 세력과 결탁해 안보를 위협한 죄가 된다. 외국 기관이나 개인에 홍콩 또는 중국 정부에 대한 적대적 행동을 해 달라고 요구하기만 해도 이 죄목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 3년 이상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다.

앞서 라이는 홍콩국보법이 자신에게 적용될 것을 예견하기도 했다. 그가 홍콩국보법을 언급하자마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라이의 언행은 국가 전복을 꾀한 증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