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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첩첩이 나무토막이다. 뾰족한 토막, 뾰족하다가 잘린 토막, 뾰족해질 수 없는 토막. 색과 모양으로 구분한 것들이 서로를 누르고 서로에 올라타 있다. 원체 하나인 듯 싶기도 하다. 삐져나온 성격대로 다듬고 칠해준 게 아닌가 하는. 어쨌든 중심 잡을 하나는 꽂혔다. 푸르스름한 원통이 ‘지주’인가 보다.
‘다각의 지주’(2019)란 작품명이 붙은 작가 조문기(43)의 ‘좀 다른’ 형상이 보이는 그림이다. 작가는 가족이란 이름을 걸고 격렬하게 벌어지는 사건·암투를 풍자와 해학, 유머와 위트로 재구성해왔더랬다. 아니라면 명작·명화의 이면에 스며 있을 법한 인간의 탐욕·갈등을 적나라하게 꺼내 보이던가.
19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갤러리조은서 이재훈과 여는 2인전 ‘에센스’(Essenc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90.9×72.7㎝. 작가 소장. 갤러리조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