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삼다도'의 가을은 하늘부터 물든다

제주 가을을 즐기는 법 '오름'
동화속 풍경 속으로 들어온 듯 '아부오름'
제주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
난공불락 고성같은 '성산일출봉'
  • 등록 2016-10-14 오전 6:13:00

    수정 2016-10-14 오전 7:58:15

동틀 무렵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다랑쉬오름에 올라 바라본 제주의 동편. 광활한 대지와 바다가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은 웅장한 오케스타라의 연주가 절정에 다다른 것 같은 감동을 안겨준다. 저멀리 상산일출봉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인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도는 한국 최고의 여행지다. 제주를 특별하게 하는 건 바다와 산, 그리고 오름으로 이뤄진 이국적이고 다채로운 풍경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제주의 매력은 이런 빼어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제주의 풍경을 가장 돋보이는 계절은 단연코 ‘가을’이다. 청명한 하늘과 뭉게구름, 환히 열린 시계와 여전히 푸름을 잃지 않은 숲과 바다가 가을제주에 있다. 제주의 가을은 바람을 그려내는 계절이다. 들판과 오름을 가득 덮은 키 큰 억새가 높고 맑은 하늘에 붓질한다. 이 같은 가을제주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오름투어’다. 오름은 한라산처럼 큰 화산 옆의 작은 기생 화산구가 장구한 세월 동안 깎이고 닦여 생긴 작은 화산이다. 무르익는 가을을 따라 제주의 오름을 찾았다.

아부오름 가는길에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 제주의 가을을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아부오름’. 제주 방언인 아부오름은 ‘앞오름’이란 뜻이다. 움푹 파인 오름의 모양이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듬직하게 앉아 있는 모습과 같다고해서 ‘아부오름’(亞父岳)
아부오름 입구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는 영화 ‘연풍연가’의 배우로 출연했던 장동건과 고소영이 앉았던 팽나무와 벤치.
이라고도 했다. 아부는 제주방언으로 아버지처럼 존경하는 사람을 뜻한다. 일찍부터 ‘압오름’으로 불렸고, 송당마을과 당마을 남쪽에 있어 ‘앞오름’이라고 했다. 한자로 표기한 것이 전악(前岳)이다.

제주시에서 차를 타고 주변에 삼나무숲과 오름이 많기로 유명한 1112번 도로에서 금백조로를 접어들어 송당 6길로 좌회전해 달리면 왼편에 야트막한 언덕이 보인다. 바로 아부오름이다. 오름 정상에는 함지박 같은 굼부리(분화구)가 패어 있다. 그 안으로 인공으로 심은 삼나무와 상수리나무, 보리수나무 등이 보인다. 표지석 뒤로 난 철조망 사이에 커다란 입구를 따라 오르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올라서자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분화구 아래의 삼나무다. 분화구의 경계를 따라 원을 그리며 자란 삼나무는 1999년 개봉한 영화 ‘이재수의 난’을 촬영할 때 심은 것이다. 마치 동화 속 풍경 같다. 아부오름은 이처럼 영화촬영지로도 인기가 많다. 완만한 언덕과 그 위에서 풀을 뜯는 소와 말, 그림처럼 펼쳐진 삼나무숲으로 인해 영화 ‘연풍연가’를 비롯해 광고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오름 입구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는 영화 ‘연풍연가’의 배우로 출연했던 장동건과 고소영이 앉았던 팽나무와 벤치가 있다.

삼나무에서 눈을 떼고 오름 전체를 둘러보니 제법 넓다. 분화구 깊이 78m. 정상둘레 1400m, 면적은 31만 4926㎡다. 정상의 능선을 따라 한 바위를 천천히 도는데 30분이면 족하다. 처음 잔디밭이던 능선길은 솔숲으로 이어지고 다시 풀밭으로 이어지는 그 풀밭에 반가운 손님이 와 있다. 오름 아래 건영목장에서 방목하는 소떼다. 오름 능선에 느긋하게 앉아 쉬거나 서서 풀을 뜯던 우공들은 낯선 방문객이 와도 놀라지 않는다. 조심조심 옆에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눈치다. 오름 바깥으로 넓은 숲과 잘 구획한 토지, 사료 용으로 둘둘 말아 묶어놓은 건초더미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부오름 정상에는 함지박 같은 굼부리(분화구)가 패어 있는데 그 안으로 인공으로 심은 삼나무와 상수리나무, 보리수나무 등이 있다.


◇ 동틀 무렵 오름서 바라본 동쪽바다

이튿날 새벽 ‘아끈다랑쉬오름’을 찾았다.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그 오름에 오른 건 동틀 무렵 빨갛게 물든 억새가 바람에 일렁거리는 가을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다. 이른 시간부터 서둘렀던 이유다. 하지만 오름 근처에 오니 아침해는 더 서둘렀다는 듯 벌써 고개를 내민다. 조급한 마음에 급히 차를 주차하고 오름을 향해 내달렸다. 머릿속에는 억새와 일출, 온통 그 생각만 가득했다. 하지만 꿈은 한순간에 깨지고 말았다. 억새는 온데간데 없고 가파른 경사만이 이어졌다.

사실 내려오고서야 알았지만 그때 오른 곳은 ‘다랑쉬오름’이었던 거다. 아끈다랑쉬오름은 그 앞에 있었던 거다. 비록 아끈다랑쉬오름의 억새는 보지 못했지만 다랑쉬오름 정상에 올라 아끈다랑쉬오름 정수리로 떠오른 아침해의 장엄한 풍광은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 너머로 붉게 물든 광활한 대지도 함께 눈에 담았다. 다랑쉬오름을 작게 축소한 듯한 아끈다랑쉬오름을 시작으로 성산일출봉을 지나 우도까지 거침없이 펼쳐진 새벽 경관은 숙연해질 만큼 경이로웠다.

다랑쇠오름에 올라 바라본 동쪽 제주의 모습


다랑쉬오름의 모습도 장관이었다. 깎아지른 듯 가파르게 떨어지는 분화구의 모습은 결코 능선을 오르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비경이었다. 100m가 넘는다는 분화구에는 설화가 전해진다. 설문대할망이 큰 손으로 한줌씩 흙을 쥐어 오름을 만들다가 다른 곳에 비해 너무 높은 다랑쉬오름을 한번 파내는 순간 만들어졌단다. 전설만큼 도도한 자태와 높이의 다랑쉬 오름이 ‘제주 오름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랑쉬오름에는 현대사의 비극도 담겨 있다. 해방 직후 제주땅을 붉은 피로 물들였던 4·3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다랑쉬오름에 기대어 평화롭게 살아가던 20여가구의 다랑쉬을은 당시 폐허가 됐다. 목숨을 건진 이들은 오름 주변 자연토굴에 숨어 있다가 토벌대가 지른 불길에 모두 죽임을 당했다. 그때의 시신은 50여년만에 발굴돼 제주의 푸른바다로 돌아갔다. 갈대밭 무성한 마을 옛터는 무너진 돌담으로 흔적만 보여주고 있다. 제주의 귀한 들꽃을 관찰할 수 있는 언덕, 하늘을 가르는 패러글라이딩으로 역사 속 아픔을 가렸지만 희생 당한 무고한 이들의 원혼을 추모해야 할 곳이기도 하다.

성산 오조쪽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더라도 왕관처럼 솟은 성산일출봉의 모습에 관광객들은 감탄한다.


◇ 난공불락의 고성처럼 경이로운 ‘성산일출봉’

제주 동부지역에서 성산일출봉은 독보적인 존재다. 구좌·수산·성읍·표선 어느 방향에서 오든지 왕관처럼 솟은 성산일출봉의 모습에 감탄하기 마련이다. 아래서 바라보면 봉우리까진 까마득해 보인다. 하지만 높이는 불과 182m. 간혹 너무 높아서 안 올라간다는 여행객이 있는데 그 생김새에 기가 눌린 까닭이다. 성산(城山)은 말 그대로 일출봉이 성처럼 둘러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실제로 일출봉은 바다에서 봐도 마을에서 봐도 전망대에 올라봐도 난공불락의 고성처럼 경이롭다.

성산일출봉이 생긴 시기는 약 5만~12만년 전으로 추정한다. 수심이 얕은 해저에서 화산이 분출하면서 만들어졌다. 본래 육지와 떨어진 섬이었지만 제주 본섬과의 사이에 모래와 자갈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2000년 천연기념물 제42호로 지정했다. 한라산과 함께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이다.

성산일출봉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최고의 일출명소 중 한 곳이다. 해마다 1월 1일이면 일출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일출을 보기 위해 성산일출봉에 오르는 이들도 많지만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사실 광치기해변이다.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의 모습.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더라도 왕관처럼 솟은 성산일출봉의 모습에 관광객들은 감탄한다.


광치기해변은 성산일출봉과 성산읍을 잇는 모래사장 또는 모랫길을 말하는 사주. 아침이면 광치기해변에서 불쑥 떠오르는 해가 성산일출봉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다만 제주의 변덕스런 날씨가 변수다. 전날 저녁까지 맑다가도 다음날 새벽에는 심술궂게 비나 눈을 뿌려 어깃장을 놓기도 한다. 제주 사람들조차 내일날씨는 내일이 돼도 모른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성산일출봉의 일출은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해가 뜨더라도 수평선 자락에 두껍게 내려앉은 해무 때문에 수평선에서 한참 떨어진 공중으로 불쑥 얼굴을 내밀 때도 많다. 성산일출봉 위로 불쑥 솟아오르는 그림 같은 일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광치기해변에는 성산포에서 오른쪽으로 한참 떨어진 바다 위로 솟는 해를 볼 수 있다.

성산일출봉 전망은 섭지코지에서도 새롭다. 성산일출봉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다. 성산읍 신양해수욕장에서 약 2㎞에 걸쳐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있는 모양이다.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과 외돌개처럼 생긴 30m의 선녀바위가 절경을 빚어낸다. 드라마 ‘올인’의 세트장으로 사용했던 교회를 다시 지어 놓아 한껏 서정적인 풍경을 빚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간의 탐욕에 섭지코지가 본연의 모습을 잃고 있다는 점. 때론 개발보다 보존의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치기해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과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들
섭지코지는 제주도 동쪽 끄트머리에 볼록 튀어나와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한다


◇여행메모

△가는길=동부관광도로(97번)를 타고 대천동 사거리까지 가서 송당리 쪽으로 4.2㎞를 가면 건영목장 입구다. 이어 대천동 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3㎞ 지점에서 금백조로를 타고 1.7㎞ 가다가 좌회전, 송당 6길 송당 방면으로 460m를 가면 아부오름 입구다. 다랑쉬오름은 1112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송당사거리에서 성산·수산으로 난 16번 국도를 갈아타고 가다가 다시 48번 군도를 따라가면 왼쪽에 있다.

△먹을곳=제주 조천읍 교래리에 교래토종닭(064-784-0504)은 토종닭으로 샤부샤부와 닭백숙을 낸다. 2~3인분에 6만원이다. 표선면 춘자싸롱(064-787-3124)은 멜(멸치)국수로 유명하다. 가격은 4000∼5000원. 노형동 하르방 밀면(064-712-5000)은 서귀포에 본점이 있는 밀면집이다. 보말칼국수가 주메뉴다. 가격은 7000원.

△잠잘곳=제주에 숙소를 정했다면 롯데시티호텔제주에서 선보인 1인형 패키지 ‘나홀로 제주’ 프로그램을 눈여겨보자. 나홀로 낭만·힐링·식도락 등 3가지 콘셉트로 구성한 패키지로, 사계절 인피니티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뷔페레스토랑에서 조식도 먹을 수 있다. 요금은 세금별도로 주중(일~목) 13만원이며, 주말(금~토)과 연휴는 15만원이다.

섭지코지는 제주도 동쪽 끄트머리에 볼록 튀어나와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한다
교래토종닭의 ‘닭백숙’
동틀 무렵 다랑쉬오름 가는길에 우연히 마주친 이름모를 오름이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며 아침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섭지코지는 제주도 동쪽 끄트머리에 볼록 튀어나와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한다
성산 오조 쪽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더라도 왕관처럼 솟은 성산일출봉의 모습에 관광객들은 감탄한다.
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이 성산 일출봉을 비추고 있다.
광치기해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더라도 왕관처럼 솟은 성산일출봉의 모습에 관광객들은 감탄한다.
아부오름 가는길 목장에서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아부오름 가는길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에서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 소 뒤편으로 언덕처럼 보이는 곳이 아부오름이다.
여명이 밝아올 무렵 다랑쉬 오름에 올라 바라본 성산일출봉과 주변 풍경
이른 아침 구름 사이로 햇살이 성산일출봉을 비추고 있다.
춘자쌀롱의 멸치국수
하르방밀면의 보말칼국수
교래토종닭의 ‘닭 샤부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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