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없이 지원만…"또 혈세로 부실기업 생명연장" 우려

조선산업 살리기 1.7兆 또 긴급 수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적
정부대책에 독자생존 방안은 빠져
그동안 대책안 재탕도 문제
지원→부실→지원 악순환 예고
  • 등록 2018-11-23 오전 6:00:00

    수정 2018-11-23 오전 7:52:59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인가? 결국은 또 국민 혈세 투입이냐.”

22일 정부가 내놓은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조선사와 지역경제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한 것은 이해하지만 정작 자체 생존을 유도하는 구조조정 방안은 전혀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2016년과 올해 4월 공공 발주와 경쟁력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내놓고 수조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경영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다시 지원책을 내놨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지원안은 최근 수주 증가로 경영환경이 나아지고 있는 대형조선사에 비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업체(협력사)가 대상이다. 당장 급한 일감과 금융을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중소조선사, 기자재업계가 당면한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7000억원 규모의 신규 금융지원과 1조원 규모의 만기연장을 지원하고, 2025년까지 1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추진선 140척을 발주, 친환경 신시장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 및 재계 일각에서는 지원 일색인 정부 대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원책과 동시에 스스로 일감을 확보할 능력이 없는 조선사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 위주의 지원이 중소조선사에 확대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수주가 늘고 있긴 하지만 세계 조선 업황의 더딘 회복으로 조선사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 업황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인 만큼 부실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방식은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주 부진에서는 벗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국내 조선사들의 경영환경은 좋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4분기 연속 적자에, 지난 3·4분기 영업손실이 1273억원에 달했다. 현대중공업은 3·4분기 운좋게 소폭 흑자를 기록했지만 조선부문에서는 304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4·4분기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조선사들은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순환·무급휴직, 직무교육 등의 고육지책까지 쓰는 상황이다.

조선업 대책 재탕도 문제다. 이 관계자는 “금융, 정부 발주, 연구개발(R&D)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그동안의 정부의 대책안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LNG 기술력이 거의 없는 중소조선사에 정말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실기업에 투입하는 자금이 경제 역동성을 회복하기는커녕 ‘눈먼 돈’에 길들여지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은행 등이 쏟아부은 직간접 공적자금은 어림잡아 대우조선해양에 13조원, STX조선에 8조원, 성동조선에 4조원, 금호타이어에 3조9000억원 정도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STX조선은 데드라인을 넘겨 제출(4월 11일)한 노사 자구안을 정부(산업은행)가 수용해 법정관리를 면했다. 대우조선은 정상화 이후 매각을 전제로 여태껏 구조조정 중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실기업 경영난 악화→공적자금 투입→반짝 실적 회복→부실 악화→공적자금 재투입’이 반복되고 있다. 대우조선 등의 학습효과도 있는데 정부 등은 왜 똑같이 잘못을 되풀이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일단 큰 틀의 구조조정을 했고 현재 추가로 더할 건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형사의 경우 국책은행 채권 등이 많아 정부가 주도할 수 있지만 개별기업의 경우 정부가 뭐라 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 국내 조선사 현황

규모 | 기업(주력 선종)

대형(3개) |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대형 상선·LNG선·해양플랜트 등)

중형(5개) | 성동조선·STX조선·대한조선(중형 탱커), 대선조선(소형 탱커·컨선 등), 한진중공업(방산)

중소(78개) | 1만톤급 중소형선 신조가 가능한 조선사 8개사 및 조선공업협동조합 회원사(신조·수리 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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