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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사진 아래)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윌리 마우러 스위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란과의 ‘전쟁설(說)’을 일축했다. 전쟁설의 진원지가 ‘매파 중의 매파’ 존 볼턴(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 참모들인 만큼, 이들을 향한 공개 경고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이란을 비롯해 북한·베네수엘라·중국 등 4대 외교 난제의 해법을 놓고 ‘온건한’ 트럼프 대통령과 ‘강경한’ 참모들 간 ‘충돌설’이 제기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현 국면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동시에 자신이 ‘최고 의사결정권자’임을 부각한 것으로 읽힌다.
‘온건’ 트럼프 Vs ‘강경’ 볼턴?
사실 볼턴 보좌관은 과거 아버지 부시 행정부 당시 이라크전을 설계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 인물이었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상징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통한 ‘패권’ 야심을 보였던 그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옛 로마의 격언을 자주 인용, 일각에선 ‘전쟁광’으로도 불렸다. 최근 전쟁설이 도래하자, 미국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을 속삭이는 자”(CNN) “존 볼턴의 궁극적인 승리의 순간”(내셔널인터레스트) “이건 존 볼턴의 세상이다. 트럼프는 그 안에 살고 있을 뿐”(LA타임스)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며 볼턴을 주목했던 배경이다.
비단 이란 사태의 해법뿐만이 아니다.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해법을 두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CNN은 “볼턴 보좌관이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한 군사개입을 노골적으로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노 딜’(No deal)로 귀결된 제2차 북·미 하노이 핵 담판 역시 막판까지 ‘빅 딜’(Big deal)을 고수한 볼턴 보좌관의 입김이작지 않게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볼턴 보좌관을 위시한 백악관 내 참모들 사이에 ‘의견충돌’ 없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적이 있다. 그는 전날(15일) 트위터에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지만 내가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결정을 한다”며 강온 수위를 둘러싼 온도차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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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볼턴 보좌관이 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조종하고 있으며, 결국 대부분의 외교 관련 결정이 ‘볼턴의 뜻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미국 언론과 전직 관리들의 분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을 공산이 크다.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를 두고 사실상 볼턴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매파 참모들에게 대이란 압박 전략 강화가 공개적인 전쟁으로 악화돼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풀이했다.
일각에선 이번 내분설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지만, 당장은 갈라서진 않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볼턴이 강경한 견해를 갖고 있지만 괜찮다”며 “내가 볼턴 보좌관의 성질을 죽이고 있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의 ‘강경노선’을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메시지’가 필요할 때마다 볼턴 보좌관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로버트 거트맨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최근 AF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동경하는 ‘강함과 거침’을 볼턴이 대변하기 있다고 본다”며 “따라서 볼턴 보좌관을 계속 필요로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