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기업은행, 누가 흔드나

  • 등록 2019-07-24 오전 6:00:00

    수정 2019-07-24 오후 9:36:29

[이데일리 김영수 금융부장] “9년만에 관료 출신이 신임 은행장으로 올 수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은행 내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국책은행중 유일하게 관료출신 기관장이 아닌 내부 승진 은행장들을 배출했다는 자부심도 있었는데 말이죠.”

최근 IBK기업은행 임직원들은 언론 보도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한다. 지난 5월 금융당국 차관급 인사가 퇴임한 이후 그를 포함한 관료 출신 인사들이 차기 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관료 출신이 차기 은행장에 선임된다면 2010년말 첫 내부출신인 조준희 전 행장이 선임된데 이어 권선주 전 행장, 현 김도진 행장 이후 9년만에 과거로 역행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은행 고참급 직원들은 최근 입사한 신입행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의 경우 기획재정부 등 관료 출신이 수장으로 오는게 정설이었지만 조 전 행장이 선임되면서 기존 시각을 180도 바꿔놓았다. 그만큼 조 전 행장이 내정된 것은 파격 인사로 통했다. 이어 국내 은행권 최초의 여성 은행장인 권 전 행장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국책은행도 능력만 된다면 남·여를 가리지 않고 내부 출신이 승진할 수 있는 자리라는 상징성을 각인시켰다.

내부 출신인 조 전 행장과 권 전 행장 등이 연속 행장에 오르자 현 김도진 행장 선임 과정에서는 관료 출신 재등판 이슈가 나왔었다. 당시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이나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2016년 10월 말부터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김 행장이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관료들이 촘촘히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잡음이 없는 내부 출신으로 방향타가 틀어졌던 것이다.

너무 이른 시기에 차기 은행장 후보가 거론되면서 가장 당혹스러운건 김도진 행장이다. 아직 임기가 6개월이나 남았는데 차기 후보군이 돌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일부 내부 인사가 차기 은행장을 꿰차기 위해 현 정권 실세에 줄을 서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여기에 전·현직 관료 출신까지 가세하면 후보군이 수십명에 이른다는 설까지 돌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복마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차기 기업은행장 선임과 관련된 루머가 과거 조 전 행장 임기말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시 조 전 행장의 임기가 수개월 남았는데도 임기 전 사의 표명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성 소문이 난무하면서 기업은행 내부 분위기가 흉흉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 행장 역시 조 전 행장과 마찬가지로 임기 전 사의를 표하는 것은 임명권자나 직원들을 고려하면 적절치 않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김 행장도 “인사라는 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만 (잔여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차기 은행장 하마평이 무작위로 오르내리는건 조직이 흔들릴 뿐 아니라 경영의 연속성 차원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차기 은행장 선임 이슈로 조직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결국 차기 기업은행장에 뜻이 있는 내부 또는 관료 출신 인사 등은 임명절차(금융위원장 제청후 대통령 임명)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께 공개적으로 능력을 검증받으면 될 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본인의 영달을 위해 조직을 흔드는 건 능력이 부족함을 자인할 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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