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줄인다며 도입한 영어 절대평가…학원가는 무풍지대

"90점만 넘기면 된다"…영어부터 끝내기 유행
1등급 꿈 못꾸던 중상위권 사교육 수요 늘어
영어 난이도 높게 유지돼 학습 부담도 여전
교육계 "영어 난도 낮추고 실용영어 중심돼야"
  • 등록 2020-01-27 오전 8:20:47

    수정 2020-01-27 오전 8:20:47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14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감독관이 수험생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경쟁 완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 절대평가가 도입됐지만 사교육 시장은 끄떡없는 모양새다.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영어부터 사교육으로 일찍 끝내자`는 트렌드가 이미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1등급 문턱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중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상대평가 수준의 난이도가 유지되면서 학습부담이 덜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0점만 넘기면 된다”…`영어 먼저 끝내기 ` 유행

27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수능 영어 영역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다소 흔들렸던 영어 사교육 시장이 다시 제자리를 찾은 분위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절대평가 도입 1년차에는 학원가에서 영어수업을 줄이는 분위기가 확연했고 영어공부를 많이 하면 손해라는 분위기까지 있었다”며 “지금은 영어부터 끝내자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매출 회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능 영어 영역은 지난 2017년 치러진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과도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취지였다. 절대평가 체제에선 원점수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으면 1등급을 받게 되고 10점 간격으로 총 9등급까지 매겨진다.

절대평가 도입 초기엔 상대평가 보다 경쟁이 줄면서 사교육비 경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상대평가는 90점을 넘겨도 1등급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어 고득점을 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지만 절대평가는 90점만 넘기면 모두가 같은 1등급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학습 시기와 사교육 수요층만 이동했을 뿐 영어 사교육 수요는 변함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대평가 때보다 등급 받기가 쉬워진 까닭에 주요 과목인 국·수·영 중 영어 공부부터 먼저 끝내놓고 시작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것.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영어를 1등급으로 갖춰놓고 나머지 시간은 난이도가 높은 상대평가 과목에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며 “사교육을 통해 중3이나 고1 단계에서 조기 학습한 후 부족할 경우 고3에 다시 단기간 집중 사교육을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수시 합격 조건 중 하나인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위해서도 영어에 집중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지난 2020학년도 수능을 치른 강혜원(19)양은 “상위권 대학의 경우 정시에서는 영어 등급 간 점수가 그리 크지 않아 중요성이 덜하지만 수시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절대평가 이후 국·수·영 중 영어가 그나마 등급 받기가 쉬워지면서 영어에 집중해 1등급을 만들어 놓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높은 난이도도 한몫…“난이도 낮춰야 취지 살려”

90점만 넘기면 1등급을 받을 수 있어 80점대의 중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 1점이라도 더 높게 받으려고 했던 최상위권의 사교육 수요가 중상위권으로 옮겨간 것.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상대평가에서 1등급은 커트라인이 높게 형성돼 중상위권 학생들이 넘볼 수 없는 선이었다”며 “지금 중상위권에겐 어느정도만 공부 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능 영어의 난이도가 절대평가 전환 이후에도 상대평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영어 사교육 수요의 원인으로 꼽힌다. 임 대표는 “절대평가 전환 이후에도 1등급 비율이 5~10% 수준인 것을 보면 난이도가 1등급이 4% 내외였던 상대평가 때와 큰 차이가 없다”며 “혼자 공부하기엔 벅찬 난이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사교육비가 경감됐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는 10명 중 1명도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19년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가장 큰 정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능(영어·한국사 등) 절대평가를 꼽은 초·중·고 학부모는 4.9%에 불과했다.

오히려 절대평가 시행 이후 영어 사교육비가 증가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초·중·고 학부모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8만5000원이었다. 절대평가가 시행된 2017년 보다 7.2% 늘어난 액수다.

교육계에서는 절대평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출제 난이도를 더욱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절대평가의 취지는 어느 수준만 도달하면 등급을 줌으로써 영어 부담을 줄이고 수업과 평가는 실용영어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첫 해 수능을 제외하곤 모의평가와 수능 1등급, 즉 90점 이상이 5% 내외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존보다 더욱 어렵게 출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이도를 낮춰 학습 부담을 줄이고 실용영어를 중심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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