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소부장 지원 '나눠먹기식' 우려

日수출 규제로 촉발한 정부 소부장 국산화 움직임
年1조원 이상 투입키로 하면서 소부장 업계 '화색'
다만 경쟁력 부족한 업체간 '나눠먹기식' 집행 우려
"글로벌 경쟁 가능한 업체 엄선해야" 목소리 나와
  • 등록 2020-03-10 오전 6:00:01

    수정 2020-03-10 오전 6:00:01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선정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강소기업들 면면을 보면, 경쟁력이 부족한 업체들 간 ‘나눠먹기식’ 정책자금 집행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장비업계 임원은 중기부가 추진 중인 ‘소부장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이하 강소기업 100)와 관련, 지난해 말 55개사를 선정하고 지원키로 발표한 데 대한 의견을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한 소부장 국산화에 대한 관심이 올해 들어서도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를 기점으로 매년 소부장 국산화에 대규모 정책자금을 투입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소부장 업계뿐 아니라 증권가에서도 ‘알짜’ 소부장 상장사를 발굴, 투자하는 데 힘쓰는 분위기다.

실제로 정부는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연구·개발(R&D) 등 소부장 국산화에 올해부터 7년간 총 7조 8000억원 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연평균 1조원 이상을 소부장 국산화에 투입키로 한 것이다. 정부가 이렇듯 소부장 국산화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붇게 된 배경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자리 잡고 있다.

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정부 노력이 최근 구체화하고 있으며, 관련 부처 중 중기부가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기부는 강소기업 100과 관련, 올해 중 45개사를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총 55개사를 강소기업으로 선정했다. 중기부는 이어 나머지 45개사도 선정해 총 100개 업체를 완성할 계획이다.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업체들은 향후 5년 간 연구·개발 등에 최대 182억원의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다. 중기부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역시 지난 1월 ‘소부장 기술개발 사업’을 공고했다. 산업부는 ‘소재·부품 기술개발’에 2718억원, ‘기계산업 핵심기술 개발’에 578억원 등 총 3296억원을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는 만큼 업체를 선정하는 데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증착장비와 식각장비 등을 생산하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연 매출액이 10조원을 넘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갑’이어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오히려 이들 기업 위에 군림한다.

결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같은 거대 해외 업체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업체들을 키워내야 진정한 ‘소부장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중기부가 선정한 업체들을 뜯어보면 이 같은 상황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중기부가 선정한 55개 기업들과 관련, 매출 300억원 이하 영세 중소기업이 47.3%(26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매출 1000억원 이상 업체는 5.5%(3개)에 불과했다. 특히 이들 업체 중 70.1%(38개)가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아직 자본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비상장 업체였다. 중기부가 추가로 강소기업 100 업체를 선정할 경우 어느 정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을 엄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산업부가 선정할 업체들은 당장 글로벌 시장에 나아가 ‘공룡’과의 경쟁이 가능한 중견기업, 심지어 대기업도 되어야 한다.

중기부 소부장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036930) 대표는 “정부가 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자금을 경쟁력 있는 업체들에 집중 지원할 때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곱씹어야 할 얘기다.

강경래 이데일리 중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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