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배우 절반이 '임금체불' 경험…"기다려야지 별 수 있나요"

[뮤지컬 임금체불 악순환]②
'뮤지컬 배우 실태조사' 들여다보니…
19% 집단 고소, 30%는 포기하기도
제작사 앞에선 을…법적 소송 어려워
  • 등록 2020-03-30 오전 5:25:05

    수정 2020-03-30 오전 5:25:05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 뮤지컬배우 중 절반은 임금체불 문제를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과반수 이상은 법적 소송보다 기다림을 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내용은 이계창 용인대 연극학과 교수가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뮤지컬배우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뮤지컬배우 출신인 이 교수는 2015년 뮤지컬배우·연출가·평론가 등과 함께 만든 한국뮤지컬연구회를 통해 뮤지컬계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는 478명의 뮤지컬배우를 대상으로 2018년 실시한 설문조사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2018 뮤지컬 배우 실태조사’ 중 임금체불 현황(디자인=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조사 결과 뮤지컬 배우들 중 임금체불 문제를 겪은 적이 있는 이는 48.2%로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들이 임금체불 문제를 겪은 이유로는 ‘자금 운용의 어려움 등 경영상 불가피한 사유’가 50%로 가장 많았다. ‘흥행 실패로 인한 제작사의 파산’(18.4%), ‘고의적인 임금 미지급’(17.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임금체불 문제에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56.1%가 ‘끈질기게 지급을 종용하며 기다림’이라고 답했다. ‘제작사의 사정을 이해하고 포기’라는 대답도 30.6%였다. ‘개인 또는 집단으로 제작사를 고소’라는 답은 19.4%에 그쳤다.

뮤지컬계에서는 그동안 임금체불 등의 문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도입을 위해 2015년 실시한 ‘뮤지컬 실태조사’가 가장 최근 조사였다. 이 교수의 ‘뮤지컬배우 실태조사’는 가장 최근에 이뤄진 것으로 뮤지컬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다.

이 교수는 임금체불 문제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배우들이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하지 않는 이유를 심리적 이유와 구조적 문제에서 찾았다. 이 교수는 “배우는 제작사의 선택을 받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임금체불 문제가 생겨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법적 소송도 제작사를 상대로 한 개인의 싸움이기 때문에 결심하기 쉽지 않아 제작사의 나쁜 관행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뮤지컬배우를 대상으로 진행돼 스태프들의 처우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그러나 스태프들의 상황은 배우보다 더 열악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 교수는 “배우의 경우 문제가 있는 제작사는 오디션에 참여하지 않는 식으로 피할 수 있지만 스태프들의 경우 제작사가 미지급한 돈을 다음 작품에서 주겠다는 식으로 같이 끌고 가는 관행이 있어 오히려 더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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