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비무장지대(DMZ)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 등록 2020-03-31 오전 5:00:00

    수정 2020-03-31 오전 5:00:00

필자가 진행 중인 국방대담 프로그램 ‘국방포커스’(국방홍보원 국방TV)에서 최근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라는 주제로 전문가 패널들과 현 정부의 정책 추진상황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기회를 가졌다. 필자가 패널들에게 던졌던 화두는 ‘왜 우리가 DMZ에 주목해야 하는가’라는 것이었다. 그 답을 여기서 추가로 풀어보고자 한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은 제1조 1항에서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기 2㎞씩 후퇴함으로써 적대 군대 간에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하고 이를 완충지대로 함으로써 적대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지난 70여 년 동안 DMZ는 완충지대가 아닌 수많은 무력충돌, 대립과 갈등의 상징이었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 풀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핵심 실마리라는 의미다.

이에 역대 정부는 DMZ 평화적 이용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제시한 ‘DMZ 내 평화 시 건설 구상’을 필두로 김영삼 정부의 ‘DMZ 자연공원’, 노무현 정부의 ‘DMZ 평화공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등 DMZ를 평화로운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과거 정부의 이런 정책은 경색된 남북관계에 부딪혀 선언적 수준에서 끝났다. 계속된 무력충돌로 DMZ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지만, DMZ 평화적 이용에 대한 역대 정부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문재인 정부까지 발전적으로 계승돼 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DMZ 평화지대화에 전격 합의했고,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같은 해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9.19 군사합의서를 체결했다. 이후 남북군사당국은 DMZ 평화지대화 구상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 9.19 군사합의서에 명시된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상호 적대행위중지 △JSA 비무장화 △DMZ 내 GP 시범철수 등의 조치를 충실히 이행했다. 특히 과거 70여 년 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DMZ 내에서의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DMZ 평화지대화 구축을 위한 진정성을 상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남북의 이런 노력에 더해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제안했다. 국제사회의 참여와 보증을 통해 DMZ를 진정한 평화와 화해의 공간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일촉즉발의 현장이었던 DMZ를 평화의 상징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비전은 국제사회로부터도 조명을 받았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호응에 발맞춰 DMZ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남북공동등재, DMZ 지뢰제거, 판문점-개성 평화협력지구를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범정부 차원의 세부추진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중 DMZ 지뢰제거는 유엔은 물론 제네바지뢰센터와 같은 국제 NGO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와 국제사회의 다양한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이 가장 중요하지만, 한반도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지난 20일 북한은 대외매체를 통해 우리 문화재청이 발표한 DMZ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공동등재 계획을 오히려 DMZ를 고착화·합법화·상품화 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하며 비난했다.

그러나 DMZ 국제평화지대화는 남북 간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더 나아가 DMZ를 평화의 상징으로 변모시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견인하는 안전판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남북 당국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도록 9.19 군사합의와 같은 실효적인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한다. 다행히 9.19 군사합의 체결 이후 지난 18개월 동안 남북 간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상황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DMZ 국제평화지대화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 할만하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출발점은 DMZ다.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관계 교착국면이 장기화하고, 최근 코로나19 비상시국까지 겹쳐 상황을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70년 대립의 공간을 하루아침에 평화의 공간으로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남과 북, 그리고 국제사회가 DMZ의 진정한 가치에 주목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이 공간을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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