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조롱하는 이를 거부하라"…흔들리는 트럼프 리더십

'자국민 비극' 시위 진압에 軍 동원한다는 트럼프
침묵 깬 매티스…충성파 에스퍼조차도 반기 들어
트럼프 지지율 하락세 뚜렷…주식시장 "하락에 베팅"
  • 등록 2020-06-05 오전 5:00:00

    수정 2020-06-05 오전 5:00:00

△‘침묵하지 말라’ 한 시위자가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펜실베이니아 거리 앞에 있는 트럼프 국제호텔 앞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목숨을 잃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우리는 사무실에 앉아 우리의 헌법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거부해야 한다”(We must reject and hold accountable those in office who would make a mockery of our Constitution).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침묵을 깼다. 헌법을 조롱하는 이들이 누군지 매티스 전 장관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앞뒤 문맥으로 봤을 때 대상은 명백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폭력진압법 카드 역효과냈나

3일(현지시간)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에 보낸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인들을 단합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내 생애 첫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존 켈리 전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라고 불렸던 매티스 전 장관인 만큼, 발언의 무게는 결코 적지 않았다.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방침에 반발하며 사임했지만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해왔다. 비록 트럼프 행정부 방침에 동의하지 못해 물러나긴 했지만 현재 미국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날 기고문을 통해 비판에 나선 데는 더이상 그저 두고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골드버그 디애틀랜틱 편집장은 매티스 전 장관의 기고문에 대해 “침묵은 끝났다”며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 주말 자신이 봉사했던 대통령에 의해 미국이 위협받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매티스 전 장관의 이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든 ‘폭력진압법’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국민을 ‘적’(敵)으로 규정한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와 주(州) 정부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는 미국은 헌법에 치안 유지의 임무와 권리를 주 정부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주지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를 “인간쓰레기”(scum)이라고 부르며 주지사가 주 방위군을 동원하지 않으면 대통령 권한을 활용해 자신이 직접 군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다음날 워싱턴DC 인근에는 육군 병력 1600명이 배치됐다.

매티스 전 장관은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은 ‘법에 근거한 평등한 정의”라며 “내가 50년 전 입대했을 때, 나는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겠다는 맹세를 했다. 같은 맹세를 한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명령을 받을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성파로 통하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역시 폭력진압법 앞에서는 반기를 들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사진 촬영을 위해 백악관 인근 세인트 존 교회로 가는 상황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 고무탄 등을 발사한 것 역시 “자신은 몰랐다”며 거리 두기에 나섰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바이든 대통령 나오나…금융시장 촉각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를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후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발생했던 당시 리처드 닉슨 공화당 대선 후보가 내세운 ‘법과 질서’(Law and Order) 슬로건을 표명하며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기회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그 공권력을 집행할, 혹은 담당했던 책임자들조차 이를 비난하며 역효과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같은 비난을 의식한 듯 이날 보수 인터넷매체 뉴스맥스 인터뷰에서 “(연방군 투입 여부는)상황에 달려 있다”며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미국에는 “30만명이 넘는 매우 강력한 주 방위군이 있다”며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흔들리는 리더십은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정치사이트 리얼클리어 폴리틱이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이가 49.9%로 트럼프 대통령(41.8%)을 8%포인트 넘게 웃돌았다. 5월 말을 기점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트럼프 대통령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패색(敗色)을 가장 냉정하게 감지하고 있는 곳은 돈이 오가는 금융시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등장에 우려하며 벌써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감세 정책 등을 내세우며 친(親) 기업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법인세 인상, 부유세 인상 등을 공약하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통령이 될 경우, 주식시장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S&P500 지수 12월 선물옵션 중 2000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은 5만8000개로, 2500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3일 종가가 3122.87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30% 이상이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는 2일 “공화당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마저도 국민의 비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괴멸적인 선거결과를 낳을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임스 마티스 전 국방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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