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투자 자산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이쉐어(IShare) MSCI EM(이머징마켓) ETF(상장지수펀드)` 좌수가 최근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증시를 추종하는 `MSCI 코리아 ETF`로도 자금 유입이 확인됐다. 달러화 지수가 하락하고 신흥국 통화가 반등하는 등 외국인 매수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외국인 매수 전환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6일 SK증권 등에 따르면 아이쉐어 MSCI EM ETF(EEM) 유통좌수는 3일 현재 5억4400만좌로 지난달 18일 5억4000만좌로 감소한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유통좌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관련 ETF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MSCI 코리아 ETF(EWY)로도 자금이 유입됐다. 4일 현재 전 거래일보다 0.5% 가량 좌수가 증가했다.
우리나라와 관련 깊은 ETF는 EEM, EWY와 아이쉐어 코어 MSCI EM ETF(IEMG) 등 크게 세 개가 있는데 이 중 두 개 ETF에서 자금이 유입되면서 외국인 매수 전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들 ETF의 우리나라 주식 투자 비중은 각각 12%, 99%, 12%로 시가총액을 토대로 추정한 국내 유입 자금 규모는 총117억달러, 4조8000억원에 달한다.
김경훈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EEM 좌수가 증가하면서 약 771억원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과거 경험상 패시브 성격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추세를 형성하기 위해선 좌수 증가가 연일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지난달 15일에도 관련 자금이 유입됐으나 추세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외국인 자금 유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달러 강세가 완화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도 달러인덱스 지수는 99선에 머물렀으나 빠르게 하락, 96선으로 내려앉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로 6000억유로 국채를 매입하고 독일이 1300억유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신흥국 통화 약세 기조도 완화되고 있다. MSCI EM 통화지수는 1600선에 가깝게 상승, 3월 초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인 대유행)이 본격화되기 전 수준으로 올라섰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5개월만에 반등했다.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올 2분기부터 실적 기대감이 높은 내년 1분기 추정치까지 반영된 영향이다. 임지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순이익 상향 조정은 이익추정치 상향이 시작됐다기보다 내년 추정치가 반영된 영향이 크지만 어쨌든 지표 개선은 의미가 있다”며 “경기침체 이후 12개월 선행 당기순이익에서 변곡점이 나타나면 항상 증시 상승 랠리가 뒤따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증시를 추종하는 EWY ETF로 자금이 유입된 것도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코스피 지수가 2200선에 육박하면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 수준에 달할 만큼 이미 높게 상승한 만큼 외국인 순매수 기간이 생각보단 길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은 순매수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으나 국내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지속 기간을 다소 짧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