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왕' 탁재영 작가 "원작 열렬한 팬, 망작 소리는 안 듣고 싶어" [인터뷰]

원작의 메시지에 재미, 몰입 더하고자 스릴러 도입
'사적 복수극'?…피해자의 가해가 정당한가 고민들 것
원작에 없는 채정안 캐릭터…그를 통해 답을 찾길
  • 등록 2022-03-29 오후 3:35:00

    수정 2022-03-29 오후 3:35:03

‘돼지의 왕’ 탁재영 작가. (사진=티빙)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원작의 열렬한 팬으로서 드라마가 ‘망작’이란 소리만큼은 안 들으려 열심히 대본을 썼는데. 반응이 좋으니 참 다행이죠.”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11년 만에 스릴러 드라마로 소환한 탁재영 작가가 느낀 소회다.

지난 18일 공개된 티빙 ‘돼지의 왕’은 2011년 연상호 감독이 만든 동명의 원작 장편 애니메이션 세계관을 각색해 만든 드라마다. 원작은 중학교란 작은 사회에서 발생한 폭력을 소재로, 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를 ‘개’로, 이에 굴복하는 약자들을 ‘돼지’로 상징해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돼지들이 느끼는 열등의식과 비굴함, 폭력에 저항하며 ‘돼지들의 왕’이 되려는 이들의 고군분투와 절망, 부조리를 현실적으로 다뤄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드라마는 이 원작 세계관에서 한 발 짝 더 나아갔다. 원작에는 상세히 조명되지 않았던 가해자가 피해자고, 피해자가 가해자이기도 한 혼란스러운 세상과 어린 시절 폭력의 기억을 안고 자라난 어른들의 이후 이야기들을 그려냈다.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이 주연으로 이번 주말 5, 6화 공개를 앞두고 있다.

드라마를 집필한 탁재영 작가와 원작자 연상호 감독은 29일 화상인터뷰를 통해 ‘돼지의 왕’이 공개된 후 쏟아지는 대중의 반응에 대한 소감과 원작과는 다른 드라마의 차별화된 매력 포인트들을 직접 전했다.

2011년 96분 길이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돼지의 왕’은 11년 만에 탁재영 작가의 손 끝에서 12부작 실사 드라마로 부활했다. 탁 작가는 “저 역시 원작의 팬이었기 때문에 원작을 보셨던 시청자분들이 드라마를 보며 배신감을 느끼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며 “그래서 원작의 정서나 감정선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집필 의도를 언급했다. 대신 원작 팬을 비롯한 더 많은 시청자들이 더욱 재미있고 몰입감있게 원작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스릴러’ 장르를 가미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원작의 이야기가 어른이 된 황경민(김동욱 분)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시나리오로 확장된 과정도 설명했다. 탁 작가는 “드라마에선 원작 속 끔찍한 기억을 겪은 사람들이 어떻게 20년을 살아왔으며, 회를 거듭할수록 이 인물들의 심리나 상태가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 깊이 있게 다뤄보기 위함이었다”고 전했다.

장편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드라마 ‘돼지의 왕’ 역시 잔인한 폭력과 살해 과정이 많이 담겨 있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탁 작가는 “과거 끔찍한 사건을 겪은 인물들이 현재에서 트라우마를 해소하고자 기울이는 노력과 행동은 제각각”이라며 “이들의 처절한 노력이 시청자에게 더 닿고 납득이 되게 하기 위해선 과거의 기억과 사건을 어느 정도 끔찍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처음부터 어른들의 스릴러이며, 검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OTT로 공개됐기에 어느 정도의 자극적 묘사를 보여줘야 시청자들에게 의미가 더 와닿지 않을까란 생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만약 시청자분들이 황경민의 초반 복수극으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셨다면, 중후반부로 갈수록 피해자가 가해자가 돼 복수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주인공이 고민에 빠지실 것”이라며 “시청자도 이를 함께 고민했으면 했다. 중후반을 갈수록 초반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자신에게 스스로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이 드라마가 단순한 사적 복수극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탁 작가는 “아직 4부까지만 공개됐기 때문에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을 보실수록 그런 작품만은 아니라는 걸 아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원작에 없는 강진아(채정안 분) 캐릭터를 탄생시킨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탁재영 작가는 “채정안 씨 캐릭터를 통해 ‘돼지의 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의 대안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원작에선 겁많은 인물들이 또 다른 적을 상대하기 위해 무리를 만들고 그 무리 안에서 또 다른 계급과 폭력이 생기는 구조였다면, 강진아는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진실을 찾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물들과 다른 확실한 차별점이 있는 만큼, 강진아를 통해 시청자들이 문제의 해답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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