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軍 초급간부 기피현상 해소하려면

  • 등록 2023-03-31 오전 6:15:00

    수정 2023-03-31 오전 6:15:00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우리 군의 초급간부 충원에 적신호가 켜졌다. 육군과 해병대 부사관 지원율은 2대1 이하로 떨어졌다. 수도권 대학의 ROTC는 정원의 절반 정도만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힘들게 사관학교에 입학하고도 10%나 되는 생도들이 퇴교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복무여건은 열악한데 처우는 형편없고, 비전도 희망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방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단기복무장려금 및 수당의 2배 증액, 성과상여금과 당직근무비 인상, 전투휴무 보장과 간부숙소 개선 등이 대응방안으로 제시됐다. 이러한 조치가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지원율의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초급간부 지원율 하락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뿐아니라 ‘전투형 강군 육성’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급간부 양성에 있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어온 것이 ‘대량획득-단기활용-대량방출’의 악순환 구조다. 많은 전문가들이 ‘소수획득-장기활용’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군 지휘부나 국방부도 공감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지원율에 집착하는 것은 기존의 대량획득-단기활용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유능한 인재가 몰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서, 소수획득-장기활용의 길을 여는 것이다.

유능한 인재를 유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단기로 선발해 심사를 거쳐 장기복무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임용 때부터 장기복무 대상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이미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2018년부터 시행한 장기복무 육군 부사관 선발의 경우 2021년 4.9대1의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해 준다면, 군에 남고자 하는 유인도 커질 것이다. 진급과정에서의 철저한 역량평가를 통한 자질관리도 가능하다. 역량에 기반한 합리적인 인사관리도 기대할 수 있다. 직업의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현역부사관을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군처럼 병 가운데 직업군인으로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이들을 부사관으로 뽑는 방식이다.

한국군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가 병사와 부사관이 분리돼 충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병사의 대부분은 대학생인데 부사관의 80%가 고졸인 상황이 벌어진다. 하사의 경우 나이에서나 학력에서 병사에게 밀린다. 이런 구조에서는 부사관들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직무에 대한 자부심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이들을 부사관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선발인원에게 장기복무를 보장해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제도라 본다.

병과 부사관이 통합되면, 미군처럼 부사관이 병사 관리를 담당하게 되고 장교는 교육훈련과 작전지휘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 전투형 강군 육성의 조직적 토대를 확보할 수 있다. 부사관과 장교들의 복무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더 충실한 양성교육도 가능하다. 장기활용의 다양한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 군대가 좋은 직장이 돼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복무여건 개선이나 경제적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워라벨’이 보장되지 않는 조직에 오래 남고 싶은 사람은 없다. 숙소와 같이 기본적인 생활여건은 물론이고, 고생한 만큼 경제적으로 보상해 주어야 한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의 문제이다. 좋은 직장으로서 매력을 갖지 못한다면, 그 어떤 충원 제도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급간부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접근 방식도 근본적이어야 한다. 장려금 확대와 같은 미봉책으로 문제를 유예해서는 전투형 강군 육성의 길은 더 멀어진다. 이번 기회에 대량획득-단기활용-대량방출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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