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사람 그리고 법률]빚 대신 갚을 때 조심하세요

  • 등록 2019-11-30 오전 8:11:00

    수정 2019-11-30 오전 8:11:00

종합경제일간지 이데일리는 ‘Law & Life’ 후속으로 ‘삶, 사람 그리고 법률’이란 주말 연재물을 신설합니다. 국내 주요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유용한 법률 상식이나 일상 속에서 느낀 잔잔한 감동을 솔직 담백하게 독자들과 나눌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법무법인 화우 전완규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전완규 변호사] 어려운 처지에 놓인 주변 사람에게 돈을 대신 갚아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망설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게 언제인지, 빚을 대신 갚아주고 돈을 포기해도 될 만큼 깊은 관계인지, 대신 빚을 갚아 줄 경우 앞으로 둘 사이는 어떻게 될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일 것이다.

고민 끝에 돈보다 사람을 선택하면, 대신 돈을 갚아 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위해서 선행을 베푸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다독거리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주변 사람을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빚을 대신 갚아 주는 것만큼, 적어도 그 당시에는 둘 사이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일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 배려가 화살이 돼 되돌아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 화살은 `증여세`이다. 증여세 문제는,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가 자식들의 빚을 대신 갚아 준 경우에 예외 없이 뒤따라온다. 경제적으로 힘든 자식이 도와 달라는 요청을 하면 부모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외면할 수 없어 결국 자식을 대신해 채권자에게 돈을 건네 주거나 빚을 갚으라며 돈을 직접 건네 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빚을 대신 갚아 주는 일에 생각지도 못했던 증여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왜일까.

이는 세법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대가를 받지 않고 누군가에게 무상으로 재산 또는 이익을 주는 것을 `증여`라는 이름 아래 세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법은 다른 사람의 빚을 대신 갚아 주면 빚에서 해방된 사람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6조 제1항). 제3자가 채무자의 반환 의무를 대신 이행한 경우 채무자는 그 변제로 인한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모가 자식의 빚을 대신 갚아 주면 자식에게, 친구 빚을 대신 갚아 주면 도움을 받은 친구에게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하고도 서로 기분이 찜찜해 지는 예상치 못한 난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실천에 옮긴 사람들에게 증여세 부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아무런 대가 없이 빚을 대신 갚아 주는 경우는 빚을 진 사람에게 현금을 증여하고 그 현금으로 빚을 갚는 경우와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이런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세형평상 어쩔 수 없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이뤄진 금전 거래에 대해 부과된 증여세가 잘못되었다고 법적으로 다투더라도, 그 결과는 나쁘게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생활에서는 빚을 대신 갚아 주는 경우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 되돌려 달라는 것을 전제로 빌려 주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라면 빚을 대신 갚아 주는 것은 단순 증여가 아니라, 대여(금전소비대차)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도움을 준 사람과 도움을 받은 사람 둘만의 생각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 제3자 입장, 특히 증여세를 부과하는 세무서 등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둘 사이의 금전 거래는 증여`라는 선입견을 갖고 접근할 것이 분명하다. 둘 사이,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에 차용증과 같은 서류나 이자를 정기적으로 주고 받은 금융자료가 없는 상황이라면 증여라고 단정할 것이다. 억울하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억울함, 안타까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실질에 맞게 차용증과 같은 계약서, 이자 지급 관련 금융자료 등을 챙겨 둘 필요가 있다. 아직은 계약서 등 서류 작성에 친숙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고 있으므로 차용증 작성이 난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중에 서로가 겪을 수도 있을 불필요한 난처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는 점을 서로 이해한다면 낯을 붉히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일을 하면서 예기치 않게 난처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이다.

☞전완규(全完圭)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1기 △법무법인(유) 화우 조세부그룹장 △대한변호사협회 세제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조세협회(IFA Korea) 발전이사 △한국지방세연구원 법령해석지원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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