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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산운용이 이달 2일 시작한 ‘펀드 직판’은 ‘비용 절감 자체로서 수익률 상승’이라는 투자자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직판을 총괄한 이경준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솔루션 팀장)는 지난 5일 인터뷰에서 “투자자는 좋은 상품에 저렴하게 가입하는 걸 원한다”며 “직접 판매해서 비용을 낮추기로 결론 냈다”고 말했다.
비용 낮추니 수익률 쑥
현재 펀드 생태계는 `유통업자(판매사)가 생산자(운용사)로부터 물건(펀드)을 받아와 고객(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환경이다. 이 과정에서 유통 비용(판매 보수)이 발생한다. 직판은 생산자와 고객이 곧장 물건을 주고받는 방식이라서 유통비용이 사라진다. 이로써 상품이 저렴해진다.
비대면 방식 투자라서 투자자 보호에 힘썼다. 직접판매의 투자 책임은 고객 몫이 크기 때문이다. 이 매니저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 투자 판단에 도움을 주고자 애썼다”며 “투자자끼리 의견을 공유할 공간을 마련하고, 모든 정보는 간결하고 한번에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쉽고 간결한 게 포인트다. 예컨대 상품 위험등급을 △골키퍼(안정형) △수비수(안정추구형) △수비형 미드필드(위험 중립형) △공격형 미드필드(적극 투자형) △스트라이커(공격투자형)로 구분해 기존 딱딱한 방식을 벗었다.
“직판 흥해 판매사와 상생”
여태 운용업계가 직판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판매사와 관계 탓이다. 직판이 흥하면 판매사로서는 손해다. 유통비용으로 챙길 수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판매 대부분을 판매사에 기대는 운용사로서는 눈치가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고객을 뺏고 빼앗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 매니저 판단이다. 단기로는 판매 수수료는 사라지지만, 장기로는 판매사와 운용사가 상생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프라인과 직판 고객이 겹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대면 시장이 커지더라도 대면 방식이 편한 고객이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를 통해 펀드를 배운 투자가가 판매사를 찾아가 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운용사도 이득이고, 이로써 서로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 형성(펀드투자) 과정에서 소비(삼성카드)를 징검다리로 삼은 건 아이러니다. “모순이 아닙니다. 삼성카드는 고객들에게 ‘금융투자’ 라는 또다른 소비 패턴을 제안하고, 운용사는 이 채널을 활용해 잠재 고객들에게 건전한 투자문화를 제시하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