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벨기에 전력회사 바텐팔의 독일 베를린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냉방센터 모습. |
|
[베를린(독일)=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세종=김상윤 기자] 독일의 수도 베를린 시민들은 오랜 기간 바텐팔(Vattenfall)사가 공급하는 전기를 써왔다. 유럽 전역에 전력을 공급해온 스웨덴 전력회사인 바텐팔사는 베를린시와의 송·배전망 계약 등을 맺고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 바텐팔사의 위상이 금이 간 것은 지난 2006년. 바텐팔사가 운영하는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멈춰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지자 10만가구가 넘는 베를린 시민들이 바텐팔사 대신 다른 전력회사로 갈아탔다. 당시 베를린 전체 인구가 375만명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1명 꼴(4인가구 기준)이다. 1998년 전력시장을 자유화해 900개의 크고 작은 전력회사가 전력을 공급하는 독일이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정부와 에너지업계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이행하기 위해서는 독일처럼 소비자에게 전력회사와 전기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부터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그래프=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
원전이나 석탄발전에서 생산한 저렴한 전기를 쓸지, 비싸더라도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를 쓸지를 정부나 정치권이 아니라 소비자가 결정할 수 있어야 에너지 전환작업이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 없이 전력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목표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독일 전력시장이 자유화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자 전력회사들은 고품질 전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베를린 시민들의 대규모 이탈로 곤혹을 치른 후 바텐팔사는 베를린에 260메가와트(㎿) 규모의 가스복합 열병합발전소를 짓고 전기뿐 아니라 지역 내 냉·난방도 함께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선택권 확대는 소비자들이 전기요금 인상을 쉽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독일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요금이 비싸더라도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쓰겠다고 결정한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전력생산의 80%를 책임지고 있고 송·배전, 판매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자신이 쓸 전기가 어떻게 생산돼 어떤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지는지 전혀 모른 채 일방적으로 날아드는 고지서에 적힌 금액을 의무적으로 납부한다. 요금인상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구조여서 이에 대한 거부감도 클 수밖에 없다.
펠릭스 마테스 독일 오에코 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은 “독일의 전력시장 자유화 조치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물론 전력기업이 스스로 변화·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한국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려면 전력시장 체계를 다변화해 경쟁체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스웨덴 전력회사 바텐팔이 운영하고 있는 포스마크 원자력발전소 모습. 스웨덴은 탈원전 선언을 한 대표적 국가이지만 이곳을 포함해 수명이 남아 있는 약 10기의 원전은 계속 운영하고 있다. 바텐팔 홈페이지 제공 |
|
| 스웨덴 전력회사 바텐팔이 운영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단지 모습. 바텐팔 홈페이지 제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