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일수록 임금체불 허탈"…구슬땀 준비, 누가 보상해주나

[뮤지컬 임금체불 악순환]①
'셜록홈즈' 등 코로나 핑계로 공연 취소
제작비 문제가 원인…임금체불 피해 외면
'위윌락유' '영웅본색'도 미지급 상황서 중단
  • 등록 2020-03-30 오전 5:25:10

    수정 2020-03-30 오전 5:25:1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뮤지컬계 고질병 중 하나인 임금체불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일부 공연제작사들은 코로나19를 핑계로 배우, 스태프들에게 사전 통보 없이 공연을 중단해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최근 뮤지컬 ‘셜록홈즈: 사라진 아이들’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공연을 취소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핑계였을 뿐 실제로는 투자 중단 등 제작비 문제가 공연 취소의 이유였다는 게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막을 내린 ‘여명의 눈동자’는 임금 미지급 상황에서 예정된 공연 기간을 가까스로 채웠다. 그러나 제작사의 태도가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월 초에는 뮤지컬 ‘위윌락유’와 ‘영웅본색’이 개막 이후 배우, 스태프들에게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연을 중단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신문고’를 통해 신고된 뮤지컬 임금체불 신고 건수는 46건이며 피해액은 약 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배우, 스태프들이 임금체불과 관련해 ‘예술인신문고’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극장 뮤지컬 제작비가 평균 40억~50억원이고 이 중 30% 정도가 배우 출연료임을 감안하면 뮤지컬 1편당 임금체불 피해액 규모는 10억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임금체불 문제로 공연을 중단한 뮤지컬 ‘영웅본색’의 한 장면(사진=빅픽쳐프러덕션).


제작사들은 공연 취소 이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물론 책임을 떠넘기는 적반하장식 태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웅본색’에 참여했던 스태프 A씨는 최근 제작사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았다. 갑작스런 공연 중단으로 A씨가 직접 제작한 공연 소품 일부를 가져왔는데 이것이 ‘강탈’이라는 제작사 측의 주장을 담은 내용증명이었다.

A씨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계약서를 쓰기 전 제작사에서 돈을 안 주는 경우를 대비해 공연이 중단되면 소품은 내가 가져오겠다는 조항을 넣었는데 제작사에서 이런 태도를 보여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A씨는 “제작사에서 처음 제시한 계약서도 표준계약서가 아닌 제작사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계약서였다”고 덧붙였다.

A씨가 제작사로부터 받지 못한 금액은 1000만원 가량. A씨는 “내가 받지 못한 돈은 오히려 액수가 적은 편”이라며 “다른 스태프들은 이보다 더 큰 금액도 못 받고 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이번 공연에 참여한 특수효과팀의 경우 못 받은 돈이 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해결을 위해 A씨는 일부 스태프들과 함께 제작사를 대상으로 하는 법적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A씨는 “변호사를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제작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A씨는 “아직 제작사에서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없고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나 만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 배우를 제외하고는 스태프들과 마찬가지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공연 중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영웅본색’에 출연한 배우 B씨는 “임금 미지급 사태를 겪는 게 이번으로 벌써 4번째”라며 “대극장 뮤지컬에서 이런 경우를 겪으면 정말 힘이 빠진다”고 허탈해 했다.

뮤지컬 ‘셜록홈즈: 사라진 아이들’ 포스터(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뮤지컬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해 A씨처럼 제작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제작사가 밀린 임금을 지급해주기를 마냥 기다릴 뿐이다. 좁은 업계 특성상 안 좋은 소문으로 다음 작업을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위윌락유’의 스태프 C씨는 “제작사에서 다음 공연을 올려야 밀린 돈을 받을 수 있다”며 “임금체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이슈는 될지언정 문제 해결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하는 제작사들은 스태프들의 이 같은 처지를 악용하는 셈이다.

A씨는 과거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당시 재판을 통해 승소했지만 밀린 돈은 결국 받지 못했다. A씨는 “뮤지컬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한 소송은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적게는 몇 백 만원 정도로 많지 않다 보니 변호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어떻게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제작사들은 과거에도 임금체불 문제를 ‘공연 돌려막기’ 관행으로 해결하려고 한 이력이 있어 뮤지컬 관계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있어 왔다. ‘위윌락유’의 제작사 엠에스컨텐츠그룹은 2018년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졌던 ‘오! 캐롤’에 쇼미이더그룹과 공동제작으로 참여했다. ‘영웅본색’의 제작사 빅픽쳐프로덕션은 ‘바넘’ ‘아이언 마스크’ 등으로 임금체불 문제를 일으켰던 제작사 킹앤아이컴퍼니 대표가 새로 차린 회사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제작사들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셜록홈즈: 사라진 아이들’의 제작사는 논란이 커지자 “코로나19로 인해 높은 예매 취소율로 이어지며 매출이 적어져 공연 진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투자사 역시 내년 6월 이전에 공연을 다시 재개한다는 조건으로 공연 취소를 제안했고 이에 내부회의 결과 이같이 급하게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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