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반시설을 의미하는 ‘인프라’는 정부가 굵직한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빈번하게 쓰여 문제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가 제11차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에서 보고한 ‘백신·신약 개발 지원을 위한 임상시험 인프라 확충방안’,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K-방역 생활용품 시험인프라 구축지원’ 사업 등 최근 사례만 봐도 그렇다.
한 국어학자는 “사회기반시설이라는 익숙한 우리말이 있음에도 정부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말처럼 많이 쓰고 있는 외국어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인프라’ 못지않게 정책 용어로 많이 쓰이는 ‘마스터플랜’은 기본계획이나 종합계획으로, ‘서밋’은 정상회담이나 회담으로, ‘리쇼어링’은 국내 복귀로 순화가 필요한 단어들로 꼽힌다.
장은주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복지는 국민의 권리이기에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는데, 어려운 외국어 단어를 복지 용어에 무분별하게 사용해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제대로 권리 행사도 못하게 된다”며 “복지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부쩍 사용이 늘어난 외국어들도 빠르게 우리말로 순화해야 한다. KFC,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주요 패스트푸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가 대표적이다. 간이판매대, 무인주문기 등 쉬운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데도 ‘키오스크’라는 어려운 외국어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가뜩이나 어르신이 사용하기 어려워 ‘디지털 격차’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키오스크’의 경우 우리말이 훨씬 더 쉽게 와닿는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이밖에 ‘언택트’(비대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온택트’(영상 대면· 화상 대면), ‘위드 코로나’(코로나 일상),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 ‘콜드체인’(냉장 운반 보관· 저온 유통), ’트윈데믹‘(감염병 동시 유행) 등도 더 늦기 전에 우리말로 순화해야 할 단어들이다.
일각에선 프랑스가 모든 외국어를 불어로 바꿔 표기하는 원칙을 세웠던 것처럼 보다 강력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의 경우 공문서는 물론, 계약서나 광고문에도 불어를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법을 1994년 통과시켰다. 당시 문화장관이던 자크 투봉의 이름을 딴 ‘투봉법’이다.
※‘우리말, 생활속으로’ 1부를 마치고, 7월 중 2부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