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에 심은 ‘태양광 나무’…온실가스 줄이고, 농가소득 늘렸다

[그린체인지 현장을 가다]
남해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①
한국남동발전·한화큐셀 함께 조성
농지선 벼 수확·위에선 전기 생산
농가 소득 늘고,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
  • 등록 2022-01-01 오전 8:00:00

    수정 2022-01-01 오전 8:00:00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고 글로벌 기업도 탄소중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국내 기업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친환경 사업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이데일리는 탄소중립이 본격화할 새해를 맞아 새 성장동력 찾기에 나선 기업의 현장을 찾아 탄소중립 관련 사업 현황을 짚어보려 합니다.[편집자 주]

경남 남해군 고현면 관당마을의 한 논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시범단지.(사진=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남해(경남)=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지난달 27일 찾은 경남 남해군 고현면 관당마을. 추수가 끝난 계절인데도 한쪽 논이 태양광 설비들로 빼곡했다. 논 3.5m 높이에 160W짜리 태양광 소형 모듈 607개가 정남향으로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시범단지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는 논·밭 위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농사를 지으면서도 태양광 발전 설비로 전력까지 생산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관당마을에 구축한 발전소는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한 겨울이지만 연평균 128MWh 규모의 전기를 생산해 발전사로 송전하고 있었다. 이는 4인 가구 가정 전력 사용량 기준 150명이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관당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는 한국남동발전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해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화솔루션(009830) 큐셀부문(한화큐셀)이 태양광 모듈을 제공했으며 관당마을을 포함해 총 6곳에 시범단지가 들어섰다.

관당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에서 전력 생산으로 한 달 동안 버는 수익만 200만원 안팎에 이른다. 수익은 관당마을사회적협동조합이 마을 공동 기금으로 관리한다. 전력 생산으로 2년 동안 번 돈은 마을의 수도관, 전구, 의자 등 공동 물품을 교체하는 데 쓰였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하부 논에서 농사를 짓는 장치영 전 관당마을 이장은 “논에서 트랙터 등 기계 작업하기가 까다롭긴 하지만 설비 설치 전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발전소에서 나온 수익으로 마을 공동물품을 수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벼 햇볕 5시간이면 광합성 충분…농지서도 태양광 발전 가능해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이 광합성하는 데 필요한 햇빛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시작됐다. 벼만 해도 조도 50킬로럭스(klux)에서 하루 5시간 정도 햇볕을 쬐고 나면 더이상 광합성을 하지 않는다. 태양이 뜨고 지는 동안 그늘도 이동하다 보니 발전소 아래 있는 작물도 충분한 광합성이 가능하다.

농지와 겸하는 만큼 발전소 설비도 일반 태양광 발전소와 다르다. 영농형 태양광 모듈 크기는 일반 육상 태양광 모듈의 절반 수준이다. 구조물에 주는 부담을 줄이면서도 농작물에 지는 그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모듈 배치 등 설계에도 공을 들였다. 한국남동발전이 조성한 시범단지 6곳은 모듈이 60~80㎝ 간격을 두고 설치됐다. 시범단지별로 모듈 간 거리에 차이를 둬 최적의 간격을 도출할 예정이다. 높이는 지상 3.5m다. 이앙기, 콤바인 등 기계를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더 높게 설치했을 때 추가되는 구조물 하중과 비용 등을 고려한 결과다.

영농형 태양광이 설치된 농지에서 한 농민이 트랙터를 운전하고 있다. (사진=한화큐셀)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된 농지에선 수확량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남동발전과 경남과학기술대가 2017년부터 실증사업을 추진한 결과,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하부의 농작물 수확량은 기존 농지에 비해 최소 8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토양에서 카드뮴, 수은 등 중금속 물질도 검출되지 않았다.

장치영 전 이장도 “발전소의 농지 크기가 2939㎡로 한 해 40㎏짜리 벼 54가마가량 생산하는데, 발전소 설치로 줄어든 부지만큼인 한두 가마 정도 수확이 줄어든다”며 발전소 설치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책과제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영남대·한화큐셀·모든솔라 컨소시엄의 ‘작물별 생산성을 고려한 영농형 태양광 표준 모델 개발 및 실증’을 국책 과제로 선정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라는 공격적 목표를 세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19년 기준 국내 농경지는 160만㏊였고 이 가운데 5%에만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도 32GW에 이르는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세운 2021~2025년 태양광·풍력 발전 신규 설치 목표인 25GW의 130%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도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일본은 2013년 3월 농림수산성이 농용지구에 영농형 태양광 조건부 설치를 허가한 이후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2018년 10월 기준 일본 내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는 1300곳에 이른다. 중국에선 바오펭그룹이 황하 동쪽 유역에1GW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단지를 조성하기도 했다.

피치솔루션(Fitch Solution)은 세계 영농형 태양광 시장이 2030년까지 12.9GW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이 144GW(블룸버그NEF 집계)였던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수준이다.

단위=MW, 자료=업계
농지법에 ‘발목’…수명 채우지 못하고 철거 위기

이처럼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가 이점이 많은데도 아직 활성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농지법 때문이다. 농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기간은 최장 8년으로 제한돼 있다. 태양광 발전소 수명이 25년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수명 절반도 쓰지 못하고 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국회에 따르면 100kW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1억~1억5000만원 정도다. 월 100만원 수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최소 8년 이상 운영한 후에야 투자금을 본격 회수할 수 있다. 현재 농지법 시행령상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소 기간도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이에 국회엔 농지법 개정안만 3개가 발의 중이다. 박정·김정호·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영농형 태양광 설치 기한을 20년으로 늘리고 농지복합이용 개념을 도입해 영농형 태양광을 농지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뿐 아니라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영농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에 상정돼 있다. 위성곤·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난해 3월, 11월 대표 발의한 제정안이다. 농지법 개정만으론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면서도 관련 부작용을 방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제정안엔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전력의 우선 구매, 수확량 감소 시 승인 취소, 농지 임차인에게 발전수익 일부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들 법안 모두 국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은 농지가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고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김승남 의원은 “농촌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농지를 잡종지로 바꿔야 해 지난 3년 동안 사라진 농지만 여의도 면적 33배에 달했는데 영농형 태양광이 활성화하면 농지를 외려 보호할 수 있다”며 “수십 년간 정체된 농업 소득 역시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수익으로 보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 남해군 고현면 관당마을의 한 논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시범단지. (사진=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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